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세안 무능 언제까지... 미얀마 사태 중재는커녕 학살만 부추겨
알림

아세안 무능 언제까지... 미얀마 사태 중재는커녕 학살만 부추겨

입력
2021.06.06 18:40
수정
2021.06.06 18:48
15면
0 0

미얀마 처음 간 방문단, 군부 주장만 경청
NUG "믿음도 기대도 없다"… 중재 무용론
진압軍, 아세안 면담 직후 시민 20명 사살

림 족 호이(맨 오른쪽) 아세안 사무총장과 에리완 유소프(오른쪽 두 번째)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이 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민 아웅 흘라잉(가운데) 최고사령관과 면담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림 족 호이(맨 오른쪽) 아세안 사무총장과 에리완 유소프(오른쪽 두 번째)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이 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민 아웅 흘라잉(가운데) 최고사령관과 면담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미얀마 사태의 중재를 바란 건 역시나 헛된 기대였다. 중재역으로서 처음 미얀마에 들어가 현지 실사를 하고도 해법을 마련하기는커녕 군부 변명만 듣는 데 그쳤다. 아세안의 무능은 군부에 자신감만 심어줬고, 대규모 시민 학살이란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아세안을 향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6일 외신을 종합하면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과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은 앞서 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수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면담했다.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특사 파견이 합의된 이후 방문단이 미얀마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흘라잉은 “쿠데타는 부정선거를 바로 잡기 위한 결단”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문단이 흘라잉의 거짓 주장을 듣기만 했다는 점이다. 친주(州) 민닷 등의 민간인 피해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냈으나, 흘라잉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군부의 변치 않은 궤변만 경청한 셈이 됐다.

군부에 편중된 아세안의 행보는 민주세력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모든 진영과 대화한다’는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가 무색하게 방문단은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 입장은 청취하지도 않았다. NUG 측은 면담 직후 “아세안에 더 이상 믿음도, 기대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세안은 군부가 정상회의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대응 방안을 묻는 우리의 요구에 한 차례도 답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아세안의 중재 노력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군부는 방문단과의 면담 사진을 공개 하는 등 한껏 기세를 올렸다. 관영매체들은 “아세안과 테러단체(NUG) 활동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외교전 승리로 포장했다. 아세안의 묵인에 고무된 군부는 곧바로 자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진압군은 면담 이튿날인 5일 남부 에야와디주에서 시민 20여명을 사살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일일 최다 사망자다. 미얀마 의사인권네트워크는 “쿠데타군이 새벽을 틈타 중화기를 동원해 마을을 급습했다”면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현지매체 인더스 뉴스가 5일 남부 에야와디주에서 시민 20여명이 군부에 학살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SNS 캡처

미얀마 현지매체 인더스 뉴스가 5일 남부 에야와디주에서 시민 20여명이 군부에 학살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SNS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