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진 참여한 회의에서도 문제 제기됐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어…"직원 죽음은 업무상 재해"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이 장기간 담당 임원으로부터 폭언과 과로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직원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회사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2년 이상 회사에 수차례 문제 해결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 사망 이후 노조는 동료 증언, 과거 메신저 등 자료 조사 등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자체 조사했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직속 상사였던 임원 B씨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 모욕적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특히 임원 B씨는 5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고인에게 야간·휴일·휴가를 가리지 않고 업무지시를 내렸다.
또 노조는 임원 B씨가 업무지휘·평가·연봉·인센티브·스톡옵션·보직 등의 권한을 이용해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인은 동료에게 "임원 B씨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2년 이상 회사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9년 5월 임원 B씨의 '당신은 패착이다', '너는 이 일 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등 언행이 사내에서 문제가 되면서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이 최모 COO(최고운영책임자)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도 임원 B씨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비극을 막을 순 없었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올해 3월 4일 오후 1시 이 GIO와 한성숙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회의에서 임원 B씨를 시사하며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했다"면서 "하지만 인사담당 임원 D씨는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A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또 고인의 명예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 사건을 상세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과 출·퇴근 기록, 2019년 1월 이후 지도 업무 중 퇴사한 직원의 퇴사 면담 이력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오 지회장은 "직접적인 가해를 한 임원 B씨와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던 경영진 C씨는 이 일에 큰 책임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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