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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음주진료” 불확실한 민원에 자격정지… 法 “부당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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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음주진료” 불확실한 민원에 자격정지… 法 “부당 처분”

입력
2021.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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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전문의 A씨는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갑작스레 ‘1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통보를 받았다. 2년 전 일이 문제가 됐다. 복지부는 ‘2017년 9월쯤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야간진료를 했다’고 처분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야간진료 전에 술을 마신 적이 없고, 진료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술은 안 마셨고, 많이 취하지도 아니었다’는 A씨의 모순적 답변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당시 그의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된 건 사실이었다. 2017년 9월 6일, 경찰은 “의사가 응급실에서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봤다”는 B씨의 신고를 받고 병원으로 출동했다. 음주 감지기 검사 결과, A씨에게선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하 소량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B씨는 이후 ‘음주진료를 한 A씨를 제재해 달라’며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다. 사실 B씨는 A씨로부터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환자로, “수술이 잘못 됐다”고 주장하며 수술비를 내지 않는 등 갈등을 빚던 당사자였다. 보건소는 그러나 ‘음주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관련 처분을 하지 않았고, B씨는 재차 민원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결국 경찰의 112사건 처리 기록을 근거로 A씨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하며 “복지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A씨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음주 사실 자체가 분명치 않은 데다, 설사 술을 마셨다 해도 진료하는 데엔 문제가 없던 상태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B씨가 직접 목격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A씨와 B씨가 갈등관계에 있었던 점을 보면, B씨 진술만으로 A씨의 음주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B씨는 A씨가 병원 직원들과 휴게실에서 와인이 든 잔을 들고 있는 모습만 목격했을 뿐,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문제의 사건) 전날 밤에 병원 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그 영향으로 낮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검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사건 당일 A씨한테서 진료를 받은 다른 환자가 “치료를 잘 받았고, A씨가 술을 마시고 진료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한 점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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