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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사항 뺀 성추행 보고, 면담 0건… 군기 제대로 빠진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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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사항 뺀 성추행 보고, 면담 0건… 군기 제대로 빠진 軍

입력
2021.06.07 19:20
수정
2021.06.07 20:3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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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보고체계도 국선변호인도
?‘피해 부사관’에게 ‘먹통’이었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 달이 지나서야 국방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저도 인적사항이 없는 '부실 보고'였다. A중사가 군사경찰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공군은 매뉴얼에 따라 국선변호사를 배치했지만 50일 동안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을 정도로 조력을 받지 못했다. 공군의 성추행 보고체계와 국선변호인 제도는 피해자에게 '먹통'이었다.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지인이 조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지인이 조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국방부, 공군 양성평등센터 등 감사 착수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양성평등센터가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파악한 시점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3월 5일이었다. 국방부의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성폭력 신고 상담 접수 시 그 사실을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양성 평등 업무계선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공군 양성평등센터는 사실을 파악한 지 한 달이 지난 4월 6일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더구나 단순 통계 집계를 위한 '월간 현황 보고' 형식이었다. 피해자나 가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포함해 사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보고였기에 서욱 장관에게 해당 사실이 곧바로 보고되지 않았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보고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양성평등센터가 속한 공군본부와 제20 전투비행단(성추행 발생 부대), 제15 특수임무비행단(A중사의 최근 소속 부대) 등 3개 부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의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의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면담 0건' 국선변호인, 피해자 신상정보 유출 의혹도

성추행 보고 체계만 엉망이 아니었다. A중사는 수사 과정에서 국선변호사의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공군은 매뉴얼에 따라 A중사가 피해를 신고한 지 6일 만인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지정했다. 그러나 국선변호사는 결혼과 신혼여행 등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조직적 회유와 2차 가해까지 당하던 A중사를 사실상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50일간 대면 면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 교환이 전부였다. 해당 국선변호사는 이후 교체됐고 A중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 받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비롯한 사건처리 관계자를 우선적으로 여성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공군에는 여성 법무관이 없었다.

공군 소속으로 지휘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선변호사(군 법무관)의 구조적 한계가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유족 측은 이날 첫 번째 선임된 국선변호사를 직무유기와 성폭력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 측은 국선변호사가 직무유기 외에 A중사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 신상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2차 가해'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법무실 내에서 A중사의 외모 평가는 물론 유족을 '악성민원인'으로 비하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4일 오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숨진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건과 관련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계룡=연합뉴스

4일 오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숨진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건과 관련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계룡=연합뉴스


군 검찰, ‘2차 가해’ 부대원 주거지 압수수색

국방부 검찰단은 또 이번 사건의 2차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20전비 소속 부대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조직적 회유와 무마 의혹을 받는 C상사와 D준위, 피해자가 B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할 당시 차량을 운전한 하사의 사무실과 주거지다.

유족 측은 A중사가 지난 1년여에 걸쳐 수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1년여에 거쳐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자진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등 공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원칙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 동안 가해자를 조사하지 않아 '늑장 수사' 의혹이 있는 공군검찰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아직 공군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3일부터 군내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이날까지 총 15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10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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