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불법 투기 의혹을 받는 소속 국회의원 12명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권유'라고는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기 전까지 당에서 나가 있으라는 사실상의 강제 조치다.
단일 사안으로 정당이 의원 10여 명을 무더기로 내보내는 것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선을 앞둔 민주당이 '부동산 내로남불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읍참마속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전날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한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탈당 대상은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김수흥 양이원영 오영훈 우상호 윤재갑(농지법 위반 의혹) 의원이다. 비례대표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은 출당시키기로 했다. 국회법상 비례대표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출당되면 '무소속 의원'이 된다.
민주당은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자 돌파 카드로 소속 의원 174명과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맡겼다. 권익위 특별조사단은 2개월의 조사를 거쳐 의원 6명과 가족 6명 등 12명에 대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권익위는 의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하루 만에 명단을 발표했다.
"내로남불 의식한 선제 조치"... 일부 의원 탈당 거부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지만,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고 정치인의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 여론도 큰 것이 현실”이라며 “집권여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의원들이 혐의를 벗으면 복당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해당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윤재갑 문진석 김수흥 임종성 의원 등은 탈당을 수용했고, 우상호 김한정 김회재 의원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송영길 대표는 어제 명단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깊은 고민을 했다”면서 “동료 의원들의 억울한 항변이 눈에 선하지만 선당후사 입장에서 수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당 권유가 관철되도록 어떤 조치든 계속할 것”이라며 '말'로 끝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12명 전원이 탈당하거나 출당되면 민주당 의석은 174석에서 162석으로 줄어들지만, 국회 과반 의석은 유지된다. 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 입법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돕는 의원들... 대선 변수 되나
임종성 문진석 김한정 양이원영 서영석 의원 등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고 있고, 오영훈 김주영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원 중이다. 김회재 김수흥 의원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가깝다는 평가다. 의원들의 탈당 수용 여부와 혐의 정도에 따라 특정 대선주자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조치에 대해 "나중에 의원들은 조용히 복당시키지 않겠느냐"며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으로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이 이날 권익위가 아닌 감사원의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나선 데 대해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감사원법에 따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결과가 두려워서인지 전수조사도 못 하면서 민주당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이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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