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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사 "재판부가 일제강점의 불법성 인정하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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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사 "재판부가 일제강점의 불법성 인정하지 않다니"

입력
2021.06.09 13:30
수정
2021.06.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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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강길 변호사 라디오 인터뷰
"국제법 기준 삼아 강제징용 불법성 인정 안해"
"국제인권규약·인권헌장에도 위배되는 판결"
"선고기일 변경, 몇 시간 전 알아... 오타인 줄"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4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재판 후 법정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4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재판 후 법정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84명이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 강길 변호사가 "재판부가 일제강점의 불법성을 부인하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9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을 비판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7일 "1965년 12월 발효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헌법상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 지위에 있는 해당 조항에 따라 소송 제기 권한(소권)이 제한돼야 한다"며 소송의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며 각하 판단했다.

"2018년 전합 판결과의 차이는 불법성 인정 여부"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강 변호사는 그러나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번 판결을 비교하며 "재판부가 일제강점과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네 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 변호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 간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돼 있느냐는 게 쟁점이었다. 일본은 '강제징용이 불법하지 않기 때문에 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정리했다.

이어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금이라도 불법성 판단을 해보니 (강제징용은) 불법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배상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판결은 "강제점령 그다음에 강제징용 자체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두 판결이 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또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에게 소권 자체가 없다고 했다"며 "왜냐하면 국가 간의 이익이나 헌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소권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규약이나 인권헌장에도 위배돼"

양대노총과 강제동원공동행동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노동 부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동원된 이들이 강제노동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정부 공식 견해로 각의 결정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과 강제동원공동행동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노동 부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동원된 이들이 강제노동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정부 공식 견해로 각의 결정했다. 연합뉴스

강 변호사는 재판부가 강제동원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간과했다는 취지로도 비판했다.

그는 먼저 "국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범하는 것에 대해 규범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국제법 질서로 보면 일제강점이나 강제동원이 불법적이라도 단정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많은 피해가 있었고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죽음에 내몰리는 등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번 판결은) 헌법을 떠나 국제인권규약이나 인권헌장에 위배되는 기본권을 유린하는 사건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국제정치적인 논리나 주관적 해석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 보통의 판결문도 이런 경우가 있나'라고 질문하자, 강 변호사는 "사법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는 기관으로, 특히 민사재판 그것도 하급심에서 이런 논리를 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고 당일 기일변경 알아... 오타인 줄"

강 변호사는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사흘이나 앞당긴 것을 두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선고 당일 몇 시간 전에야 선고가 당겨진 것을 알았다"며 "법원 공문에 오타가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헌법상 절차적 참여권이 보장돼 있는데 그것을 실질적으로 깨트린 것이 아니냐고 법조계에서 우려 섞인 의견들이 많고 나쁜 선례라고 얘기한다"고도 전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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