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ㆍ다자 대화 기대" 공개서한 발송?
?'아세안 지지' 선회한 中 접촉 필요성
"'투트랙 전략' 中, 사태 적극 개입 가능"
미얀마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가 적대시하던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군부 쿠데타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기대기보다 군부의 뒷배이자 아세안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기조 역시 최근 '군부 지지' 일변도에서 '아세안 합의 우선' 쪽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아직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적어도 외교적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는 생긴 셈이다.
9일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NUG는 7일 중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발송해 "중국과 NUG의 양자 혹은 군부와 NUG까지 포함한 다자 플랫폼을 통해 건설적인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세력이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외교 협상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NUG의 전신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유엔 등에서 군부를 옹호하는 중국을 강하게 비난할 뿐이었다. 미얀마 대학연합 등 시민사회도 주미얀마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등 반중(反中) 정서를 여과 없이 표출해 왔다.
NUG의 변화는 아세안에 대한 실망에 기인한다. NUG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리더십 부족 때문에 앞으로도 회원국 간 이견 조율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5일 군부 측만 독대해 논란을 일으킨 아세안 방문단 사례가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NUG는 5일 "아세안에 더 이상 믿음도, 기대도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중국이 최근 들어 아세안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대한 변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중국ㆍ아세안 대화 구축 30주년 기념 특별회의'에서 "중국은 아세안과 마찬가지로 폭력 중단과 정치적 대화를 군부에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부는 부적절한 외부 개입을 막기 위해 유엔 헌장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에서 줄기차게 '쿠데타가 아니라 내정 문제'라고 강조했던 중국이 외교 수사에 불과할지라도 공개적으로 군부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군부는 상황 변화에 일단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통상 군정 대표가 참여한 국제 행사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자화자찬만 거듭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중국과 아세안 및 유엔에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과거 중국은 군부를 중심축으로 문민정권 및 소수민족 등과 활발히 '투트랙 외교'를 진행한 바 있다"며 "중국이 바로 군부를 등지진 않겠지만 아세안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더 적극적으로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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