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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 화려한 데뷔... '임팩트·메시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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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 화려한 데뷔... '임팩트·메시지'는 없었다

입력
2021.06.10 04:30
수정
2021.06.10 10: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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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둘러본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둘러본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염려를 다 경청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9일 '대선주자'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절제된 언어였지만, '대망'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윤 전 총장은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무언(無言)의 정치'를 해왔다. 그의 첫 육성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대선 출마를 확언하지 않았고, 국민의힘과의 거리도 멀찍이 유지했다.

예고한 첫 공개 일정… 지지자들 "대통령" 연호

윤 전 총장은 9일 예고한 대로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일정을 미리 언론에 알린 것은 처음으로, '본격적 대선 행보의 시작'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의 등장은 요란했다. 기자와 지지자 수십 명이 뒤엉켜 그를 에워쌌다. 윤 전 총장 팬클럽 '열지대' 회원들은 '상식' '정의' '공정' '법치'가 적힌 빨간색 우산을 들고 "대통령 윤석열!"을 연거푸 외쳤다. 한쪽에선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쓴 윤 전 총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행사장으로 겨우 발걸음을 옮기다가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정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멈춰 섰다. 그러나 즉답하진 않았다.

"오늘은 우당 선생 기념관 개관식이다. 어른들께 어릴 적부터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곤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한다.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한호 기자



궁금한 질문엔 여전히 응답 無

윤 전 총장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대권 도전 여부에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염려를 다 경청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만 했다. 대선 전에 국민의힘에 입당할지에 대해서도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고 한 게 맞느냐"라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직설하지 않았을 뿐, 이날 발언으로 대선 출마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경청하고 있고, 기다려 달라는 표현은 정치의 길을 걷겠다는 뜻"이라며 "검사의 강경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드러운 언어를 택한 것"이라고 봤다.

윤 전 총장이 첫 공개 행보를 이회영 선생 기념식에서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회영 선생은 일제강점기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신민회 창립을 주도한 '애국지사 중의 애국지사'다. '보수 민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기도 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누구냐?' 갈증 해소 못한 등장

윤 전 총장의 등장은 화려했지만, '임팩트'는 없었다. 최근 '측근발 전언 정치'로 메시지 혼선이 거듭되고 있지만,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 당분간 '신비주의의 지대'에 머물겠다는 것이 그의 선택인 셈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국민들은 윤 전 총장이 언제, 누구와,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하나도 해소해주지 않았다"며 "여전히 공부가 필요하고 준비가 덜 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어진 잠행 탓에 대선주자 지지율이 정체되자 다소 조급하게 등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선거 캠프나 공보팀을 꾸리지 않아 서툴러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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