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의 대응과 보고, 수사 과정에서 총체적 난국을 드러낸 군 당국의 헛발질은 여전했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자리에서도 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대신 출석한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은 “수사 중이라 답변이 제한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또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공군처럼 성추행 사건 수사를 지연시킨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해 ‘내 일 아니면 그만’이란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사건이 발생한) 제20전투비행단을 해체 수준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조차 숙지 못한 공군 수뇌부
공군을 대표해 이날 국회에 나온 정 차장은 현황 파악이 전혀 안 된 듯 “수사 중”이란 답변만 연발해 국방위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심지어 ‘공군참모총장이 첫 보고를 받은 시점’ 등 이미 공개된 내용에조차 답변을 얼버무렸다. 사건 발생 부대인 20비행단장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도 마찬가지였다. 서 장관이 이미 오전 질의에서 “3월 4일 처음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확인했지만, 정 차장은 수사 중이란 말만 되뇌었다. 보다 못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녹음기 튼 것처럼 말할 거면 답변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우린 공군과 달라” 육·해군 수장도 뭇매
동석한 육ㆍ해군 수장도 약속이라도 한 듯 부실 답변만 반복했다. 남 총장은 “우리는 공군과 같이 성추행 사건 수사를 지연시킨 적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육ㆍ해군에서 이렇게 (성추행 사건이) 무능하고 해괴하게 지연된 사례를 본 적이 있느냐(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는 질의에 대한 반응이었다. 부 총장 역시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각군 수뇌부가 이번 사건을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되묻자 남 총장은 “책임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얼마 뒤 그는 “제가 보고받은 범위 내에서”라며 발언을 정정했다.
서 장관의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그는 “성추행 사건(3월 2일)보다 피해자인 A중사의 사망 사건(5월 21일) 보고를 먼저 받았다”면서 “각군 총장으로부터 중요 사건 중심으로 보고를 받는다. 예하 부대 성추행 사건은 보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답변이 성추행을 중요 사건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비치자 서 장관은 그제야 “성범죄는 각군 총장을 통해 보고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여 주기식 압수수색... '늑장 수사' 비판도
이날 질의에선 새로운 의혹도 쏟아졌다. 성 의원은 “국선변호사 법무관이 피해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1,000만 원인지, 2,000만 원인지 금액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합의하면 어떻겠느냐는 가해자 측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공군이 A중사에게 신고 하루 뒤인 3월 4일 청원휴가(60일)를 주면서도 조사를 이유로 부대 내 관사에 머무르게 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는 이날 오전 20비행단 군 검찰과 공군본부 검찰부, 공군본부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을 시작으로 연이어 압수수색을 실시한 국방부 검찰단은 유독 공군 검찰은 수색 목록에 올리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이 때문에 이날 국회 보고를 앞두고 부랴부랴 이뤄진 ‘보여 주기식 늑장 수사’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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