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초유의 탈당을 권유한 조치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이 9일 이같이 말했다. 탈당 권유 대상인 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의원이 "탈당 권유를 철회하라"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이라며 반발했지만 당내 울림이 없었다. 다수 의원들은 지도부 결정에 입을 닫으면서다.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소명도 못 하고 당을 나가야 하는 의원들의 불만도,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지도부의 고민도 이해되는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도부가 꺼내든 '탈당 권유' 카드는 민주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4·7 재·보궐선거 전후로 '부동산 문제'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이 야권을 역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재·보선 당시 소속 의원들의 투기 의혹과 전셋값 꼼수 인상 등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공분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야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선제적인 부동산 전수조사와 즉각 탈당 조치를 결정한 것은 향후 부동산 문제를 다룰 때 국민의힘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며 전수조사를 주저하거나 조사 이후 민주당 수준의 징계를 취하지 않으면 '내로남불' 타이틀이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송 대표는 지난달 취임 이후 당심보다 민심 경청을 앞세우는 등 이전 대표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첫 시험대였던 인사 청문 정국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조국 사태'가 재연되자 대국민 사과를 통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당내 반발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행한 것이다. 송 대표의 행보에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정치적 족쇄인 '내로남불'에서 서둘러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악재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사건과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사태 당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명분으로 이들을 감싸 안으며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이번에는 과도할 정도의 선 탈당 조치, 후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다만 당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여권 관계자는 "송 대표가 당의 운영 방향을 급격하게 바꾸는 걸 두고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탈당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의원들을 원만하게 설득하지 못한다면 리더십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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