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잉시대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방해될 때가 있다. 집값이 그렇다. 가장 오래된 집값 정보는 KB(국민은행) 가격지수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담보평가기준으로 많이 사용한다. 정부정책에 활용하는 국가통계는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에서 생산한다. 두 기관 이외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가격지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핸드폰 앱을 통해 바로 실시간 집값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지수는 다양한 통계적 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세다. 즉 실거래 가격이 아니라 2만8,000여 개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거래가능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실거래가격과 차이가 있다.
기관마다 공표하는 집값 상승률이 제각각이니 어느 것을 믿어야 되는지도 난감하다. 어떠한 통계를 사용했는지, 어떤 시점, 어떤 대상을 기준으로 분석했는지에 따라서 결과 값이 제각각이다. 한쪽에서는 아파트 값이 매우 많이 올랐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을 방어해야 하는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다른 수치를 제시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집값 공방전이 자주 벌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쓰고 있는 기준의 차이 결과이다. 분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 값이 다른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매우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지수가 주간단위로 공표되면서 자꾸 변하다 보니 어떠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가격지표의 생산·공표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는 시장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제공하면서 시장 불안정성을 키울 뿐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주택가격지수는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하고 월별·분기별 공표를 한다. 실거래가격은 거래 후 집계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존재하는 단점은 있지만 주택시장 동향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비교적 시장흐름을 반영한 정책설계가 가능하다. 또한 시세와 실거래가격 차이에 의한 시장 혼란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주간단위의 가격정보는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과잉정보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정할 때 주간단위로 공표되는 아파트가격지수의 변동은 시장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뿐이다. 주간 단위의 주택가격지수 공표를 월간단위로 재정비하고, 월간단위로 공표할 필요가 없는 정보는 분기(반기)별로 생산·공표하는 등 실거래가격 기반의 주택가격지수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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