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위험한 개 안락사 결정, 과학적 판단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6월 4일)한 애니청원에 500명 이상이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감해주셨습니다. 지난달 22일 경기 남양주시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개에게 공격당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위험한 개 기질(공격성)평가 제도 도입과 근본적 대책마련 필요성에 대해 많은 분이 의견을 내주셨는데요.
2022년 개의 기질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진행 상황을 물었습니다. 2019년 농림부의 위험한 개 기질평가 연구용역을 맡았고 지난해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수의사에게 연구 내용과 해외의 기질평가 도입 상황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남양주 개물림 사고 관련 경기 남양주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동물권행동단체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과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에게 개물림 사고의 재발방지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에 대해 묻고 이를 전해 드립니다.
-정부가 2022년까지 위험한 개 기질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농림부가 지난해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에 위험한 개의 기질(공격성)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안락사 등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를 2022년까지 마련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실과도 의견을 나누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평가 대상과 주체, 기준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내년 제도 도입을 목표로 하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
-지난해 12월 개물림 사고와 관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등록대상동물(2개월령 이상 반려견)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상해를 입힌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등록대상동물의 공격 성향 등을 평가하여 소유자에게 행동 교정 훈련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으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 국회 때 논의해 입법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박홍근 의원실)
-2019년 농림부의 위험한 개 공격성 평가 연구용역을 맡았는데 주요 내용이 뭔가요.
"해외 기질평가 제도를 소개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초 자료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미국·독일·영국 모두 기질평가를 매뉴얼화하고, 인위적으로 재연, 연출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질평가는 맹견 품종이나 공격성이 의심되는 경우 기본적 성향파악과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사고를 낸 개에 대해선 평가위원회를 통해 기질평가를 포함해 개별적으로 행동과 생활공간, 영역 등을 분석하게 됩니다." (이혜원 수의사)
-해외에서 기질평가는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미국에서 한때 밥그릇을 주고 플라스틱 손으로 뺏는 먹이 집착 공격성 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이를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사고는 보통 공공장소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 킥보드나 자전거, 공을 차는 아이들 등 다양한 자극에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선천적으로 공격성을 타고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경험·거주환경·건강상태 등에 따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데,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훈련과 약물치료 등으로 대부분 교정 가능합니다." (이혜원 수의사)
-개물림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뭐라고 보나요.
"남양주 개물림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개가 어떤 환경에서 길러지는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를 기르는 환경과 개물림 사고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2000년 미국 수의학저널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1979년부터 1998년까지 개물림으로 인한 상해 사망사건 중 17%가 목줄 등에 속박된 상태로 길러진 개에서 비롯됐습니다. 2013년 같은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개물림 사고 256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이에 따르면 76%가 사람과 접촉 없이 사육장에서 생활한 개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개농장에 방치된 환경에서 길러진 개만 안락사시킨다고, 펫티켓 규정만 강화한다고 개물림 사고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음식과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는 공간, 수의학적 관리제공 등 최소한의 보호관리 의무를 법으로 정하고 열악한 상황에 방치해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동물복지뿐 아니라 공공안전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개를 기른다는 행위 자체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보호자의 사육기준을 의무화하고,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도 보호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남양주 개물림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개 기질평가가 제도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맹견 품종을 포함해 맹견이 아니더라도 기질평가를 받고 싶은 보호자의 개를 대상으로 평가를 하게 되면 결과에 따라 입마개나 훈련, 교정 등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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