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태풍'에 국민의힘 간판 정치인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과 5선인 주호영 의원의 '경륜'은 거센 세대교체 바람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나 전 의원의 이번 당대표 도전은 정치 생명을 건 승부였다. 지난해 21대 총선과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후보 경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터라 물러설 곳이 없었다. '당을 위해 언제나 몸 던져 싸워왔다'는 호소가 먹힌 덕에 당심은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당원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40.9%를 득표해 이준석 대표(37.4%)를 앞섰다. 그러나 나 전 의원(28.27%)과 이 대표(58.76%)의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승부가 갈렸다.
나 전 의원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줬다. 나 전 의원은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국민의힘 승리와 정권교체 성공, 대한민국을 바로세우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TK) 출신이자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주 의원은 당내에서 '합리적 보수'를 대변해왔지만, 보다 파격적인 쇄신을 바라는 목소리에 묻혔다. "내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당대표는 비(非) 영남이어야 한다"는 논리도 걸림돌이 됐다.
주 의원은 "대선 승리,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향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선거 기간에 혹시라도 쌓였던 앙금은 털자"고 말했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의 최종 득표를 합하면 51.1%로, 이 대표(43.82%)를 7.3%포인트 앞선다. 둘이 후보 단일화를 했다면 승산이 없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나 전 의원은 당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도자이고, 주 의원은 (국민의힘과 옛 바른정당의) 합당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하셨다"면서 "두 분께 중차대한 역할을 부탁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