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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지 않았어요" 반성문에 유서 쓰고 투신한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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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지 않았어요" 반성문에 유서 쓰고 투신한 여고생

입력
2021.06.13 10:00
수정
2021.06.13 13:58
0 50

경북 안동 한 고등학교 2학년 영어수업
쪽지시험 도중 교사가 부정행위 의심하자?
수업시간 학교 나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
반성문에 "부정행위 하지 않았다" 남겨

투신한 여고생이 반성문에 남긴 글. 유족 제공

투신한 여고생이 반성문에 남긴 글. 유족 제공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반성문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학교 앞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학생은 아파트 주민들이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학생이 수업시간 도중 아무런 제지 없이 학교를 나온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안동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인 A(18)양은 지난 10일 2교시 수업이 시작된 오전 9시 40분쯤 학교 정문을 나와 인근 아파트로 향했다. 1교시 영어 수업 때 수행평가로 간단한 시험을 본 A양은 교사에게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고,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 앉아 반성문을 쓰던 중이었다.

여고생이 혼자 남아 반성문을 썼던 교무실 회의 테이블. 독자 제공

여고생이 혼자 남아 반성문을 썼던 교무실 회의 테이블. 독자 제공

영어 교사는 A양에게 2교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게 한 뒤, 교무실 한쪽 회의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했다. A양은 영어 수업 때부터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부인했다. 교사가 잠시 자리를 뜨자, 혼자 남은 A양은 A4 용지 앞뒤에 3분의 1가량을 채워 무언가를 적은 뒤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A양은 교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교문을 나섰다. 학교 정문에서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지만 '문구점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A양이 다닌 학교는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는 기숙사형 고등학교다. 2교시 수업이 한창이던 시간, 외출증도 없이 정문을 나서던 A양을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A양의 고모는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조카가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 입구에 조화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 입구에 조화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유족은 영어 교사가 A양의 해명을 전혀 듣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단정해 반성문까지 쓰게 하자, A양이 억울함을 나타내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영어 시험은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답을 쓰던 중 교사는 A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고, 베껴 쓴 것으로 의심했다.

A양은 그러나 이를 부인했다. 교무실에 홀로 남아 쓴 반성문에도 영어로 된 세 문장을 쓰고는 '수행평가지(답안지)에는 이 문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0점 처리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시험 때 부정행위로 적발된 쪽지와 답안지에 쓴 문장이 전혀 달라 베껴 쓴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반성문 뒷장에는 '사건경위서'라는 제목 아래 '수행평가 중 커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무척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저에게 실망 많겠지만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A양이 반성문에 쓴 유서. 유족 제공

A양이 반성문에 쓴 유서. 유족 제공

A양의 언니는 "동생 친구들을 통해 알아보니 그날 영어 시험은 15분간 진행된 간단한 테스트였고, 단어 몇 개만 암기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며 "동생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했을 정도로 우등생인데 부정행위자로 몰렸고, 더 이상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교도 크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A양이 학교 밖을 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안동=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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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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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 전 2021.06.13 10:54 신고
    학생이 부정행위를 안했다고 선생에게 말했는데도 믿어주지 않았고, 선생은 학생이 가지고 있던 암기페이퍼와 수행답안지만 비교했더라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무조건 부정행위자로 낙인찍고 반성문을 쓰게 한 것이 선생으로서의 자질이 없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영어선생과 학교는 책임져야 하며 처벌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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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정 2021.06.14 17:45 신고
      안동은 제가 사는 지역과 인근이라 관심이 있어 이 기사를 읽고 댓글을 보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저와 같은 동명의 분이 20:00시, 그리고 20:05분에 글을 올리셨고, 또 여기에도 댓글을 달아 놓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지신 분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와 완전히 다름에 대해 이상한 기분입니다.
    • 송용덕 2021.06.13 20:05 신고
      잘못을 지적한게 왜 잘못?
  • 어사무사 2021.06.13 11:12 신고
    단순히 선생님에게 부정행위를 의심 받은 것만으로 자기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일상적으로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에 놓였던 것은 아닐지, 학교나 가정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심적인 고통이 있었던 것은 아닐지 .. 마음이 무겁습니다. 15분간 짧게 보는 시험에서 0점 처리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저는 이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단념하게 되어버린 까닭이 무엇이었을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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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2 2021.06.16 03:43 신고
      공감합니다
    • 인간존중 2021.06.14 10:46 신고
      단순히 의심 받아서가 아니라 의심 받은 후 왕따나 부정행위의 꼬리표가 낙인 되어 주홍글씨처럼 따라 다닐것이 두려웠던 겁니다 10대는 학교가 사회고 급속도로 학교 안은 퍼지니까 한마디로 연예인이 전국민에게 망신당하고 외국으로 뜨는 정도의 큰 상황과 같다는 겁니다
      요즘 학폭이 폭력만이 아니니까요
      차후가 두려웠을 것 같아 너무 가엽네요ㅠ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
  • 캡틴 전 2021.06.13 10:45 신고
    여고생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음에도 영어선생은 믿어주지 않고 부정행위자로 낙인 찍었으며, 반성문 쓰기를 강요함으로써 가여운 생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기숙사형고등학교이며,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는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하나 그 학생을 보호하지 않았다. 영어선생과 학교는 모든 책임을 져야하며, 책임자는 강력 처벌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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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용덕 2021.06.13 20:06 신고
      여성의 말은 곧 증거?
      지기미 나라가 망조들거라
    • 비생이지지 2021.06.13 12:22 신고
      그 사건의 경위를 명백히 밝힌 뒤에야 처벌 여부를 논해야 한다.
      잘잘못을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강력 처벌을 바람은 너무 나간 거다.
  • 천자문 2021.06.13 18:05 신고
    팩트없이 심증으로만 의심해서 귀한 생명을 앗아간 교사는 처벌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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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알리오 2021.06.13 16:07 신고
    벌을 줄땐 원인과 과정 결과물을 확인후 최종 결정을 내려야지 지레 의심을 키운게 교사의 자질과 성격이 나오는거임 매반복되는 업무란것은 때론 쉽게 생각해 지나치다 보면 이런 결과가 초래됨 내나이가 아닌 상대방의 나이를 감안해서 생각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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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스칼 2021.06.13 14:25 신고
    안타깝다
    조민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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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김 2021.06.14 22:24 신고
      조민 조국 정경심 대입부정인듯
    • 알라딘 2021.06.14 05:02 신고
      빠스칼
      길건너 갈 때 차조심해라
      네얼굴.....
    • 권영석 2021.06.13 17:46 신고
      너같은 하찮것도 이런 글을 쓰는데
  • 왕BANGwool2 2021.06.13 18:31 신고
    부정행위 자체가 문제 가 아니고~ 괜한 오해로 인해서 왕따 마녀사냥 이 무서워 극단선택 했을것 같아 안타갑다 좌파정부 이후 극단선택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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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Aa1 2021.06.14 17:53 신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렇게도 정치얘기가 하고 싶으냐
  • 비생이지지 2021.06.13 12:20 신고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에도 소중한 목숨을 버린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돈, 성적만을 밝히는 사회에게 책임이 크지만, 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을 지워야 하겠지..

    시험 컨닝한 것으로 몰려도 죽을려고 할만큼 억울한데 억울하게 친구 손 모를 죽인 살인범으로 매도당한
    억울한 대학생은 얼마나 억울할까? 애매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모는 사람들 진짜 사형시켜야 한다. 나쁜 연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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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적참견시점 2021.06.13 20:29 신고
      손모학생 친구인가요
  • 씨엣탑 2021.06.13 17:04 신고
    부정행위반성문쓰라고 자살을 ???? 도대체가 그렇게나 약하단 말인가? 아니면 전교6등한 아이니간 자존감이 너무 높은데 그 자존심을 무너뜨린 사건이 발생해서 너무 낙심해서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자살까지 간다??? 진짜 안타까운일이다. 교사 일 그만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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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나무 2021.06.14 20:31 신고
      그 학생 입장엔 컨닝을 했다는 오명은 주홍글씨처럼 소문이 퍼져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인생일대의 큰 사건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 강한 요즘 학생들 입장에선 더더욱이.. 그 교사에겐 막무가내식 성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수 많은 학부모들의 항의와 다른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최소한 저 학교에선 떠나 다른 학교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깜빵에 가게 될까요?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까 예상 되네요.
    • 나다나 2021.06.14 17:23 신고
      깜빵갈듯
    • 나다나 2021.06.14 17:23 신고
      깜빵갈듯
    • 허참나 2021.06.14 12:13 신고
      아무래도 입시 제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 해서 정상에 올라서야만 하는 구조여서 그런 것 같네요.. 지금껏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에서 몇 점이 깎이면 곧바로 등급이 떨어지는 현실이거든요. 저는 저 학생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여태껏 잘 해온 학생이기 때문에 더더욱 크게 낙심했을 겁니다.. 자살은 너무 충동적인 행동이었기는 하네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정황이 잇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 Kanyx gl 2021.06.13 14:16 신고
    꼰대 선생인가,
    0 / 250
    • Point Nemo 2021.06.13 14:46 신고
      틀니는 끼우고 댓글놀이 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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