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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전쟁' 큰 비극 맞을 뻔... 에릭센, 경기 중 의식 잃어 심폐소생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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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전쟁' 큰 비극 맞을 뻔... 에릭센, 경기 중 의식 잃어 심폐소생술까지

입력
2021.06.13 15:3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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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유로 2020 조별리그 B조 덴마크와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 밀란)이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동료들이 긴급 조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유로 2020 조별리그 B조 덴마크와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 밀란)이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동료들이 긴급 조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로 1년이나 미뤄졌다 화려하게 개막한 ‘유럽 축구 전쟁’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가 개막 직후 큰 비극을 맞을 뻔 했다. 손흥민(토트넘)의 옛 동료이자 덴마크 국가대표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 밀란)이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폐소생술(CPR) 등 긴급 조치까지 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에릭센은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유로 2020 조별리그 B조 핀란드와의 경기 전반 43분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쓰러졌다. 물리적인 충돌이 없는 상황서 혼자 정신을 잃고 순간적으로 고꾸라져 충격을 안겼다.

팀 동료들이 급하게 달려왔고 곧바로 의료진도 응급 조치에 나섰다. 10분 가량 심폐소생술이 진행됐다. 동료들은 에릭센의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그의 주변을 감싼 채 어두운 표정으로 응급 치료 장면을 지켜봤다.

에릭센은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덴마크축구협회는 에릭센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안정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날 맞대결은 1대 0으로 핀란드가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보다 양 팀 선수들의 동료애가 더 돋보였다. 핀란드 대표팀은 중단됐던 경기 재개를 위해 덴마크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서자 큰 박수를 보내는 등 상대를 위로했다. 요엘 포흐얀팔로는 핀란드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 본선 무대에서 득점을 터뜨린 주인공이 됐으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1만6,000여 명의 관중들도 에릭센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핀란드 응원석에서 '크리스티안'을 외치면, 덴마크 응원석에서 '에릭센'이라고 화답했다. UEFA는 경기 후 에릭센을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해당하는 '스타 오브 더 매치'로 선정하며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의식을 회복하고 병원으로 이송 중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EPA연합뉴스

의식을 회복하고 병원으로 이송 중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EPA연합뉴스


축구계에서는 에릭센과 그의 가족을 향한 응원과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에릭센과 5년간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은 손흥민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 모든 사랑을 너와 너의 가족에게 전한다. 힘내자 브로”라는 글과 함께 하트와 기도 이모티콘을 달았다.

벨기에 대표팀 공격수이자 에릭센의 인터 밀란 동료인 로멜루 루카쿠는 유로2020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10분 골을 터트린 뒤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얼굴을 대고 "크리스, 크리스, 사랑해(Chris, Chris, I love you)"라고 외쳤다.

축구선수들이 경기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는 종종 벌어졌다. 카메룬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마크 비비앙 푀는 2003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컵 콜롬비아와의 준결승 경기 후반 26분쯤 상대선수와의 아무런 접촉없이 그대로 그라운드 위로 쓰러졌다 결국 사망했다.

2004년에도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활약하던 헝가리 출신 공격수 마클로스 페헤르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숨졌고, 2007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의 안토니오 푸에르타도 경기 도중 쓰러졌다 일어났지만 결국 병원에 후송된 후 숨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페르난도 토레스와 첼시의 존 테리 역시 경기 도중 실신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1년 5월 신영록(당시 제주 유나이티드)이 대구FC와의 홈경기 도중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다. 다행히 주변 동료들과 의료진의 신속한 응급조치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신영록은 더 이상 선수생활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후로 응급조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축구계에서 응급상황 시 대처사항, 의료진 구성 등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마추어에서는 2002년 강원도 속초시에서 열린 춘계대학축구 연맹전에서 당시 숭실대에서 뛰던 김도연이 경기 중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프로야구에서는 2000년 4월18일 당시 롯데에서 뛰던 포수 임수혁이 LG와의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2010년 사망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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