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남일 같지 않다" 합동분향소 방문
사고 현장엔 고인 기리는 손편지랑 국화…
마지막 길 보낸 유족들 오열… 발인식 엄수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도 광주광역시 동구청 앞에 마련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는 주말 내내 묵념 행렬이 이어졌다. 흰 국화를 손에 든 시민들은 나란히 놓인 9개의 영정사진을 차례대로 응시하다가 안타까운 듯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특히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9명의 고귀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참사 원인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분향소 거듭 방문 "잊지 않겠다는 뜻"
동구청 앞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지 나흘째인 13일 오전까지 4,500명이 넘는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사망자 넋을 기렸다. 그중에는 이미 헌화를 했지만 또다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11일과 12일에 이어 분향소를 또 찾은 권숙(59)씨는 "붕괴된 건물이 덮친 버스정류장을 자주 이용했다. 그분들이 아니라 내가 사망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자꾸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 분향소를 방문했다는 오모(33)씨도 "사망자 중 한 명과 알고 지내던 사이라 추모하러 왔다"며 "남일 같지 않아 저절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데 대해 분노와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래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해 충격을 받았다는 이정민(18)양은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에 실망과 두려움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윤모(40)씨는 "내 자식을 집 앞 정류장에 보내는 것조차 불안해하는 사회가 정상적이냐"며 "이번 사고를 잊어선 안 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추모 물결은 합동 분향소를 넘어 사고 현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사고 현장인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의 잔해 더미 한편엔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손편지와 국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주민 김춘영(70)씨는 "분향소에 들렀다가 현장엔 처음 와봤는데 처참한 광경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건너편 인도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가족들 오열 속에... 사망자 3명 발인 진행
사망자 9명 가운데 전날 4명의 발인식에 이어, 이날도 3명에 대한 발인식이 이어졌다. 광주 우산동 구호전 장례식장에선 70대 사망자 A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A씨는 생전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당일에도 복지시설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54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이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오열했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이날 70대 사망자 B씨의 발인식이 있었다. B씨는 무등산 증심사로 산책을 가기 위해 친구들과 시내버스를 탔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B씨는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봤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4일 고교생 사망자 등 2명에 대한 발인을 끝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장례 절차는 마무리된다. 지난 11일 유가족 전원의 동의로 12일 오전까지 부검이 진행된 가운데, 사망자들의 부검 결과 1차 소견은 '다발성 손상'으로 나왔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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