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노타이, 배낭.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첫 출근길 모습은 검은색 세단 안에 몸을 누이고 느긋하게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여느 여의도 정치인의 출근과는 확실히 달랐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이 대표는 앞으로도 기성 정치의 틀을 깨는 창의적 행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은 세단' 대신 '따릉이' 타고 국회 출근
13일 오전 이 대표는 백팩을 메고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에 몸을 실은 채 국회로 들어섰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후 첫 출근길이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로 익숙한 듯 자전거를 거치대에 반납하는 장면은 당대표 전용 차량에서 내리던 전임 대표들과 뚜렷이 대비됐다. 그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도 지하철과 자전거를 타고 일정 대부분을 소화했다. 이 대표 측은 “실용이 이 대표의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대표 일정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따릉이를 언제든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표가 백팩을 메고 따릉이를 타니 당이 젊어진 것 같아 좋다”고 호평했다.
이 대표는 '알뜰 선거운동'으로 정치권의 관례를 한 번 더 깼다. 그가 전당대회기간 지출한 선거운동 비용은 약 3,000만 원. 이 대표가 소액모금을 통해 모았던 1억5,000만 원의 후원금에 5분에 1밖에 쓰지 않았다. 당원 문자 발송때마다 수천만 원씩 소요되는 기존 선거 방식에 비춰보면 파격이다. 이 대표 측은 “소규모 인력으로 SNS 중심 선거 운동을 하면서 문자 발송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홍보는 지양했다”며 “남은 후원금은 당에 전달해 토론배틀 등 공약 이행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첫 공식일정도 '이전과 다르게'
첫 공식 일정도 차별화가 느껴진다. 이 대표는 14일 천안함ㆍ연평해전 용사들이 안치돼 있는 대전 현충원을 찾는다. 이 역시 당선 직후 서울 현충원을 방문해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보수정당 대표들의 관례에 어긋난다. 그는 ‘안보’라는 보수진영의 전통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군복무 시절 천안함과 연평해전의 긴장감을 체감했던 2030세대에 다가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목적으로 대전 현충원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 이 대표는 앞서 9일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유가족들을 만나서도 눈물을 흘리며 “당대표가 되면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같은 날 광주로 향해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도 방문할 예정이다. 보수정당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호남을 찾는 것도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호남 동행’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여의도 문법 깨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개 토론배틀’을 통해 신임 대변인을 뽑겠다는 예고가 대표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력한 이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주는 관행을 타파하고, 일종의 경쟁 입찰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존의 당대표 업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 활동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파격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 갈래다. 제1야당 젊은 수장의 탈(脫)권위가 일반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변화의 정도가 형식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전반의 변화를 어떻게 추동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라며 “탈권위주의 행보가 포퓰리즘으로 비치지 않도록 당대표에 걸맞은 격식과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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