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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회귀 택한 '나 혼자 산다', 이게 최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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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회귀 택한 '나 혼자 산다', 이게 최선인가요?

입력
2021.06.1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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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선을 보인 MBC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가 지난 11일 400회를 맞았다. MBC 제공

2013년 첫선을 보인 MBC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가 지난 11일 400회를 맞았다. MBC 제공

"2년 3개월 만에 인사드리는 전 전 회장 전현무입니다."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나혼산)'가 지난 11일 400회를 맞아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방송인 전현무의 전격 복귀다. '나혼산' 전성기를 이끌던 그에 대한 예우인 양 제작진은 이날 방송 중 60분가량을 전현무의 일상을 비추는 데 할애했다.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이날 시청률은 전주(9.0%)보다 낮아진 8.1%. 변화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택한 '나혼산'이 '진짜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장수 예능의 반열에 올라선 '나 혼자 산다'는 400회를 맞아 방송인 전현무의 복귀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MBC 제공

장수 예능의 반열에 올라선 '나 혼자 산다'는 400회를 맞아 방송인 전현무의 복귀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MBC 제공


변화보다 회귀 택한 '나혼산'의 진짜 위기

햇수로만 9년. 초창기 '나혼산'은 혼자 사는 사람을 딱하게 여기거나 힐난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하고 진솔한 1인분의 삶을 비췄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누군가는 위안을 얻고, 누군가는 공감했다. '나혼산'은 동시대 시청자의 공감과 보편이라는 기반 위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찰예능의 원조 격인 '나혼산' 역시 '리얼'과 설정이 뒤섞인 관찰예능 장르의 한계를 피해갈 순 없었다. '나혼산' 위기의 시작이다. 결국 재미를 위한 각종 설정이 개입되고, 연예인의 화려한 사생활과 좋은 집은 볼거리로 전시됐다. "연예인의 집 자랑, 돈 자랑"에 더는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쌓여만 갔다.

'나혼산'이 오랫동안 함께한 몇몇 고정 출연자 위주의 캐릭터 쇼가 되어버린 것도 시청자 피로도를 높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카메라에다 전현무 체제의 캐릭터 쇼가 더해지면서 '나혼산'이 힘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미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문제는 재미가 상쇄되거나 출연자들의 각종 논란으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은 '출연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나 혼자 산다'의 전성기를 이끈 전현무의 복귀는 새로운 변화가 아닌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MBC 제공

'나 혼자 산다'의 전성기를 이끈 전현무의 복귀는 새로운 변화가 아닌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MBC 제공


기획 의도 잃은 '나혼산'... "변화가 필요한 때"

무엇보다 시대적 변화를 재빨리 포착해냈던 '나혼산'만의 기민함이 떨어진 부분은 뚜렷한 징조다. 예를 들어 최근 출연한 샤이니 키에 부여된 문제적 캐릭터 '키 이모'가 단적인 예다. 대파와 허브를 직접 재배해 음식을 해 먹고, 살림을 챙기는 키의 일상을 바라보는 '나혼산' 제작진의 인식은 '키 이모'에 머문다. 재미는커녕 시청자에게 불편함만 주었을 뿐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살림을 잘한다고 이모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캐릭터로 만들어 고착화하는 건 문제"라며 "다양한 삶의 모습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혼산'은 이대로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제라로 출연진 물갈이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황 평론가는 "유사 관찰예능 홍수 속에서 '나혼산'만의 차별점이 없다"며 "JTBC '독립 만세'처럼 예능 노출이 덜 된 신선한 인물들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나혼산'이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는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로운 인물들을 세워서 본래 목적이었던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하고, 거기서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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