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분류작업 금지하는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택배노동자 5,500여 명 1박 2일 여의도서 상경투쟁?
"우정사업본부 대국민 사기극 중단하라" 점거 시위도
어제(13일)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쓰러졌다. 40대 가장이던 그는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택배 운중대리점 소속 임모(47)씨는 일주일에 평균 80~90시간의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임씨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일했다. 노조 가입 후엔 밤 11~12시에 퇴근했다. 귀가 후 졸면서 식사를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택배노동자 앗아가는 여전한 '까대기' 노동
택배노동자들 과로사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지역별로 택배를 분류하는 일명 '까대기' 작업이다.
택배노동자들에겐 운송, 배달이 본업이지만 이를 위해선 택배를 분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요구받은 물량을 채우기 위해선 불가피한 사전 작업. 장시간 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택배노동자들은 시간 단위로 임금을 계산하지 않는다. 이에 지난 1월 택배노조와 택배업체들은 ▲택배 노동자의 분류작업을 금지하고 ▲분류작업의 책임 주체를 노동자가 아닌 택배사로 명시한 '1차 사회적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계에 타격 입어도, 죽지 않기 위해 올라왔다
이를 다시 한번 바로잡고자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5,500여 명은 오늘(15일)부터 1박 2일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서울 상경 투쟁'을 진행한다.
8일 결렬됐던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회의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쓰러진 동료들처럼)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라는 절박한 마음에서 생계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서울로 상경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 상경 투쟁의 의미를 밝혔다.
까대기 노동에 대해선 "장시간 노동이자,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공짜 노동"이라며 "택배 산업이 발전하면서 분류 작업 시간이 굉장히 늘었다. 이 문제야말로 사회적 합의에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달라지지 않은 현실도 고발했다. 강 국장은 "택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했더니 분류인력이 들어와 있든, 들어와 있지 않든 분류작업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응답이 85%에 달했다"며 "현실은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대국민 사기극" 택배 파업 거점으로 떠오른 우정사업본부
한편 우정사업본부 택배 노조는 전날부터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이번 택배 파업의 거점지로 떠올랐다.
우정사업본부 택배노조는 점거 농성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가장 철저하게 지키지 않고 있어서"라고 사측을 겨냥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다른 민간회사보다 더 합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억울해하는 입장.
먼저 핵심 쟁점부터 따져보자.
양측이 가장 엇갈리는 대목은 '분류 수수료' 지급 여부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말까지 개인별 분류 방침을 밝히며,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적정 수수료를 산정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건, 지금까지 택배노동자들의 건당 수수료 명세에 분류 비용을 이미 포함시켜 왔다는 회사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말 바꾸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매달 받아보는 수수료 지급 명세 그 어디에도 분류 비용 명세는 찾아볼 수 없는데도 본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류 비용' 지급해 왔다 vs "항목도 없고 논의한 적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택배노조와 총 6차례 회의를 거쳐 '소포위탁 배달 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설명했고, 택배 노조 집행부의 의견을 반영해 수수료 체계를 확정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우정사업본부 홍보협력담당관실 김선강 사무관은 "당시 회의 사진을 보면 분류 수수료 원가 산정 책자가 놓여 있다. '협의를 한 적이 없다,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노조 측에선 분류 비용이 별도로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 국장은 "산재 비용, 리스 비용 다 내용이 하나씩 들어가 있는데 분류 비용이란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사실상 거짓말이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비용 내용은 배달 수수료에 포함돼 있다"며 노사 협의를 거쳐 소포위탁배달 평균 수수료가 1,174원(지난해 6월 기준)에서 1,219원(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올랐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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