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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사망 60만명에도… '해방의 날' 자축 분위기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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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사망 60만명에도… '해방의 날' 자축 분위기 '들썩'

입력
2021.06.16 2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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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다 인구 캘리포니아주 봉쇄 해제
뉴욕주도 접종률 70%…?"해방의 날" 자축
환호 뒤엔 사망 60만명 세계 1위 불명예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한 15일 로스앤젤레스 한 식당에서 주민들이 축하 파티를 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한 15일 로스앤젤레스 한 식당에서 주민들이 축하 파티를 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차, 마스크!”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웨스트할리우드에 사는 애덤 시릴은 외출하면서 마스크를 챙기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슈퍼마켓 직원은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마스크 쓰실 필요 없어요”라고 했다. 빈손으로 나온 시릴은 기분이 묘했다. “내가 방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건가?”

로스앤젤레스(LA) 주민 켈리 쿡스도 두 딸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마스크 없이 영화를 보는 날이 오다니, 자못 감격스러웠다. “해방감에 날아갈 것 같아요.”

미 캘리포니아주가 15개월 만에 방역 규제를 대거 푼 이날, 비슷한 장면들은 주 전역에서 펼쳐졌다. 일간 LA타임스는 “정상에 가까운 일상을 맞이한 주민들의 흥분이 손에 만져질 듯했다”고 전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에서 마스크는 이제 ‘유물’이 됐다.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병원과 요양시설, 대중교통, 교정시설 등을 제외하곤 실내외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수용 인원 제한과 거리 두기도 사라졌다. 5,000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실내 행사에선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 조치일 뿐이다.

다른 여러 주도 속속 봉쇄를 해제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특히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총생산(GDP) 14.5%를 차지하고 국민 8명 중 1명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가 코로나19 이전 일상을 되찾았다는 건 나라 전체의 회복을 상징하는 신호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의 회복 없이 미국의 회복은 없다”고 자신했다.

전체 감염자 377만 명, 사망자 6만3,000명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캘리포니아주의 반전은 공격적인 백신 접종 덕분이다. 이날까지 성인 70%, 전체 주민 56.5%가 최소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일일 사망자는 코로나19 절정기와 비교해 97% 감소했고, 최근 일주일간 확진 판정 비율도 0.8% 미만으로 역대 최저다. 주정부는 150만 달러짜리 백신 복권을 10명에게 선물하며 성과를 자축했다.

미국 뉴욕항에서 주민들이 뉴욕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70% 달성을 기념하는 불꽃놀이 행사를 구경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항에서 주민들이 뉴욕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70% 달성을 기념하는 불꽃놀이 행사를 구경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동부 중심지인 뉴욕주도 이날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영화관 좌석 띄어 앉기, 실내 입장 시 체온 검사, 방문자 신상 정보 수집 등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 체육관 운동기구 소독도 의무가 아니다. 백신 1회 이상 접종자가 성인 인구 70%를 넘어선 덕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대유행의 진원지였던 뉴욕주의 경제 재개는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다음 달 4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인 70%(1억8,000만 명)가 백신을 한 번 이상 맞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코로나 독립 선언의 날’이다. 백악관은 필수업종 노동자와 군인 가족 1,000명을 초대해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몰도 개방된다. 연방정부 집계에 따르면 워싱턴과 14개 주가 접종률 70% 목표에 도달했다. 버몬트주는 무려 84%에 이른다.

하지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공화당이 장악한 남부 주들에서 접종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NYT는 현 추세라면 독립기념일까지 접종률은 67%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큰 문제다.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델타(인도) 변이를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격상시켰다. CDC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은 지난달 9~22일 2주간 2.7%였지만 그 다음 2주 동안엔 10%로 4배 급증했다. 미네소타대 감염병정책연구소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접종률이 20%를 밑도는 남부 지역 카운티 100여 곳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호 뒤 그늘도 짙다.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누적 사망의 15.7%로, 여전히 불명예스러운 1위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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