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정치인 이준석이 야당 대표로 당선되고 일주일 동안 ‘이준석 현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한 보도와 평론이 줄을 잇고 있다. 첫째, 여의도 정치권 계파 카르텔의 견고한 담을 넘어서고자 한 유쾌한 도전의 성공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둘째, 청년 세대가 경제성장의 정체와 세습 능력주의로 숨이 막혀가는 현실에서 공정한 경쟁의 자유와 권리의 공간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분출됐다고도 한다. 셋째, 80년대 이후 출생한 MZ 세대의 실용적 소통 정치가 미래 정치의 뉴노멀이 되리라고 전망한다.
이 대표는 정치권 음지에서 10여 년간 내공을 쌓으며 카르텔에 대한 도전, 공정한 경쟁, 실용적 소통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당 대표 도전기 서막의 흥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제 국민들은 2막과 3막으로 이어질 역동적 스토리텔링을 애정의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첫째, 이 대표는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너머의 국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임박한 대통령 선거 승리가 최우선 과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를 선택한 지지자들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목표에 따른 정치공학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그가 그동안 이야기해 온 미래 희망을 잊어버리면, 국민은 이를 금세 눈치채고 그가 말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거둘 것이다.
특히, 이 대표가 당대표 선출 국민 여론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그는 공당의 대표임과 동시에 국민이 선택한 청년 세대의 대표다. 국민, 특히 청년 세대는 역사상 유례없는 문명사의 대변혁기에 경제, 산업, 일자리, 교육, 복지, 외교, 안보 등 분야를 포괄하는 새 메뉴를 과감히 짜 줄 것을 정치권에 강하게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미래 세대가 중심이 되는 세대 화합과 협력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미래 세대의 손에 의해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선진국 국민이고 글로벌 시민이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MZ 세대가 미래 설계의 적임자임을 전혀 의심치 않는다. 또한 이들의 능력은 세대 간 가치와 이해의 충돌과 갈등을 예견하고, 화합과 협력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리라 믿고 기대한다,
삼촌 나이의 비서실장과 정책위원장을 정중히 모시고 대표직을 시작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정치적 처신을 위한 전략을 넘어 진정성 있는 화합형, 협력형 미래 설계의 과정이었다고 믿는다. 물론 여기에 삼촌, 이모 세대의 넓은 아량과 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본질적인 것에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지만, 비본질적인 것에는 무한한 자유와 관용을 실천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국가 통치의 본질적인 원칙은 토론과 협상의 정치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60년대 이후 산업화와 87년 이후 민주화의 가치를 넘어서, 자유와 공생의 미래 사회라는 새로운 원칙과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2021년은 더 이상 경직화된 이념의 시대가 아니고, 실용과 유연성의 시대다. 정치인이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등원하는 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다. 우리만 강박적으로 검은 세단을 탔을 뿐이다. 우리 정치만 유독 의전 시나리오를 중시했을 뿐이다. 부디 우리 정치의 수준은 한 단계 높이고 문턱은 한 단계 낮추는, 그래서 국민 모두의 미래를 품는 정치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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