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출마 보도와 관련한 추궁을 받고서다.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가 정치적 중립 위반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 부분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뒀다.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생명인 사정기관 수장이 어떤 명분으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출마에 대한 최 원장의 생각은 최근 크게 변했다고 한다. 과거 출마 관련 보도가 나오면 간부 회의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부인했지만, 최근엔 특별한 언급 없이 기류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진영의 강도 높은 출마 권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하지 않거나 중도 하차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 카드로 최 원장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헌법기관 수장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밀어붙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저항한 ‘반정부’ 이미지를 정권교체와 출마의 명분 또는 대의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최 원장이 출마하는 순간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활동 모두가 정치적 의심의 대상이 되고 만다. 정권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평가받은 윤석열 전 총장과 달리 최 원장의 대의명분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윤 전 총장에 이어 최 원장까지 출마를 강행하면 공직사회에는 고위 공직자의 정치 직행이라는 나쁜 선례가 남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판사와 검사가 퇴직 후 1년간 고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 원장의 대선 출마 역시 공직의 정치화로 비판의 대상이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훼손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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