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일 국내법인 의장 사임
책임지지 않는 기업·경영자 논란... 회원 탈퇴·불매 번져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어정쩡한 대응에 화가 난 소비자들의 쿠팡 회원 탈퇴·불매 운동 움직임이 거세다. 김범석 창업자가 화재 발생 당일 국내법인 책임자에서 물러나면서 화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쿠팡의 노동자 처우 문제까지 터졌고,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회사에 소비자가 직접 철퇴를 가하는 모습이다.
SNS서 확산되는 '쿠팡 탈퇴 인증' 운동…불매도 언급
20일 오전 9시 기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는 '#쿠팡 탈퇴', '#쿠팡 탈퇴 인증'과 함께 '#새벽 배송'이 올라왔다. 쿠팡을 더는 이용하지 않겠다며 쿠팡 홈페이지에서 회원 탈퇴를 한 뒤 이를 인증하는 트윗이 쏟아졌다.
새벽 배송은 쿠팡의 상징인 빠른 배송을 뜻하는 '로켓 배송(익일배송)', '새벽 배송'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쿠팡 불매'에 해시태그를 달아 불매 운동에 나서는 누리꾼도 상당하다. 쿠팡 불매 운동은 트위터는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평소 쿠팡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 #쿠팡 불매 해시태그를 올리며 '가입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듯'이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불매 운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기업이 달라질 수 없다면 소비자가 달라져 문제인 기업을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배달인력 착취에 대표 대응까지 전반적으로 불매 대상이 맞다", "배송기사 및 근로자 노동력 착취에 대한 시정, 개선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고 올렸다.
쿠팡 악덕 기업 이미지 만든 창업자 김범석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악덕 기업'으로 각인된 건 김 창업자가 도화선이었다. 김 창업자는 화재가 발생한 17일 국내법인에 대한 의장과 등기이사 사임을 발표하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보도자료 배포로 정리했다.
이를 두고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대응 노력 없이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이미 결정한 내용을 발표한 것 뿐이라며 김 창업자의 사임이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사고 수습 이후 발표해도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경영자란 비난 여론이 일었고, 열악한 노동 환경도 재조명됐다. 앞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3월 쿠팡에서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 초 2명의 과로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또 지난해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작업장이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보건당국의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쿠팡은 사측은 책임이 없다고 회피해 비판을 받았다.
김범석 갑작스런 사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의식한 꼼수?
김 창업자의 사임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의식한 '꼼수'란 지적도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자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창업자는 국내 경영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라고 기재했다.
김 창업자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상장법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의결권 76.7%를 갖고 있지만, 총수 지정에 따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앞서 5월에는 미국 국적임을 내세워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늑장 사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사고 발생 32시간이 지나서야 강한승 쿠팡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쿠팡은 19일 화재 현장에 고립됐던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 소식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하는 입장문을 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앞서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센터에는 수많은 전기 장치가 설치된 데다 먼지까지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이 없다"며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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