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LG그룹이 배터리·전장 부품과 시너지 노려
글로벌 공조업계 3, 4위 업체들도 눈독
전기차 시장 성장 더불어 열관리 중요성 부각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자동차용 열관리시스템(공조) 전문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 인수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몸값이 8조 원에 육박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공조 시스템도 부각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22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10여 곳의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정한 LG그룹과 글로벌 자동차용 공조 시스템 업체들의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한앤코오토홀딩스(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국내 기업 중 LG, SK, 한라그룹 등 일부 투자자들에게만 투자설명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LG그룹은 LG전자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전장 부품 제조사인 LG마그나도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이다. 따라서 공조 시스템까지 인수할 경우 미래차 주요 부품 시장을 아우르며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엔 내연기관 엔진 가동 시 자연적으로 열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전기 모터 구동으로 발생하는 열이 희박하기 때문에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조 시스템 중 하나인 히트펌프는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공조 시스템 3, 4위 업체들이 세계 2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한온시스템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만약 한온시스템만 인수한다면 단숨에 2위 자리를 꿰차면서 1위인 일본 도요타 그룹의 계열사 '덴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발레오'와 독일의 '말레'는 글로벌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략적투자자(SI)와 FI가 짝짓기를 하는 이유는 한온시스템의 부담스러운 몸값 때문이다. 18일 종가 기준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9조6,618억 원에 달하며, 이번에 매각 예정인 지분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50.5%와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19.49% 등 70%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8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한라그룹 계열의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한라공조'가 모태다. 외환위기 때 한라그룹의 부도로 1998년 포드 산하의 비스테온사로 편입됐다가 2014년 지금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인수가는 3조9,400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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