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새 주인 찾은 이스타항공… 정상화까진 ‘산 넘어 산’

알림

새 주인 찾은 이스타항공… 정상화까진 ‘산 넘어 산’

입력
2021.06.22 20:30
16면
0 0

중소 건설사 성정, 인수액 2배 넘는 자금 조달해야
최악 치달은 노사관계 회복도 숙제
LCC 업계 과도한 경쟁 여전… 유능한 경영자 확보 관건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운항을 중단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2일 이스타항공이 충남 소재 건설사 성정을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 투자 계약 체결을 허가해 달라는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본계약 체결일은 이달 24일이다.

일반적으로 먼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 이어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4주 간의 정밀실사와 인수대금 조정 절차까지 거치고 본계약을 체결해야 최종인수자가 된다. 하지만 이번 이스타항공 건에선 법원이 정밀실사를 생략하기로 하면서 최종 인수 투자 계약 체결도 빠르게 허가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쌍방울 그룹의 광림 컨소시엄을 차순위 인수 예정자로 선정해 본계약이 불발될 경우에도 대비했다.

새주인 찾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이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핵심 과제들을 살펴봤다.

① 고래 삼킨 새우 '성정', 자금 동원력 믿을 만한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자금 수혈이다.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관리인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대여금 채권 등 회생채권, 임직원 미지급 급여 등 공익채권을 합친 변제 대상 채무액은 1,881억 원에 달한다. 성정이 인수가로 적어낸 1,100억 원보다도 800억 원가량 많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이후 국내선, 국제선 모두 운항이 중단되면서 운항증명서(AOC)를 재취득하고, 항공기 리스, 조종사 교육 등에 소요될 비용도 1,5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국계 항공기 리스사의 경우 채무 변제에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채무를 갚지 못하면 추가 리스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업계에선 현재 2대에 불과한 이스타항공의 항공기가 최소 5대는 돼야 국제 노선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선 인수금액의 2배 이상 자금이 필요하단 얘기다.

연매출 규모가 400억 원 수준인 성정에서 단기간에 2,000억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대목이다. 하지만 성정이 오랜 기간 항공업 진출의 뜻을 가져온 만큼, 여력은 충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정이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라 이스타항공 부활에 대한 의지가 있는 인수자로 보는 것이 맞다"며 "밀린 항공기 리스료, 공항시설 이용료, 항공유 및 신용카드 대금 등 회생채권의 채무 조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짓는다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노조 협조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극도로 악화된 노사관계 회복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강성인 이스타항공 노조를 배제하고선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지난해 605명을 해고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다툼을 겪으며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이스타항공 해고자 41명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수 작업 완료와 함께 이들에 대한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선 지난해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배경에도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의 인수 전제조건인 구조조정이 이스타항공 노조의 반발에 막히면서 틀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도 이스타항공의 강점 중 하나"라며 "하지만 700억~800억 원 수준인 임금 채권도 분할해서 받는 등 노조의 상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노사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선 회사의 정상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인수 기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③ 여전히 치열한 LCC 업계에서 생존 전략은

저비용항공사(LCC)에 당면한 불확실한 전망 또한 부담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레드오션인 LCC 업계가 당장 재편될 리는 만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추가된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을 포함해 9개 LCC 업체에선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8개), 태국(6개), 독일(5개), 프랑스(1개)에 비해서도 열악한 상황인 셈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률 악화는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된 원인 중 하나인데, 이런 환경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체질 개선이 필요한 한국의 LCC 업계를 감안할 때 재도약에 나선 이스타항공에 이번 상황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 자유화로 경제성이 좋은 일본 노선,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수익 좋은 중국 노선들이 재개된다면 이스타항공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성공의 열쇠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