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델타 변이 감염 다수가 30대 미만
이스라엘서도 중학생 집단감염 속출
"18세 이하 백신 접종 요구 커질 듯"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성인 인구 70~80%에 도달하며 감염병 극복의 청신호가 켜졌지만, 오히려 그 반대급부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미성년층 감염이 폭발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알파(영국)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0% 이상 강한 델타(인도) 변이가 최근 ‘세계적 지배종’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라 우려가 더 크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명 바이러스학자인 레스터대 줄리언 탕 교수는 “18세 이상 성인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 어린이·청소년에게 코로나19가 집중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선 이미 델타 변이가 신규 감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데, 감염 사례 대다수가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30세 미만 연령대였다. 20·30대까지 백신을 다 맞고 나면, 바이러스가 18세 이하 미성년에게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탕 교수는 “결국 코로나19는 학령기 인구에 집중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바이러스 저장고’가 돼 델타 변이 확산을 주도하는 동시에 신규 변이가 출현하는 ‘핫스팟’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이스라엘의 경우, 최근 중학교 두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각각 44명, 15명 나왔다.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해당 학생들 모두 델타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성인은 집단면역에 가까워져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미성년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이달 초부터 12~15세에도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강력 권고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글로벌 보건계는 부유한 나라의 건강한 젊은이보다 가난한 나라의 의료진과 고령층이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성인 인구 80% 이상이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은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평균 접종률은 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가 ‘백신 공정 분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가디언은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 각국 정부는 어린이·청소년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델타 변이에 감염된 미성년자들의 입원률이나 중증 악화 비율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의 경우, 미성년층은 감염되더라도 사망이나 입원에 이르는 비율이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염병학자 제니퍼 누조 교수는 “아이들에게서 델타 변이 감염을 특별히 걱정할 만한 자료를 본 적 없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도 “대규모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안전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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