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리고 있다. 대권 도전 공식 선언을 앞두고 대변인이 돌연 사퇴해 '소통 문제'가 까발려졌고, 윤 전 총장과 가족의 도덕성 의혹이 담겼다는 'X파일'의 그림자도 자꾸 커지는 중이다.
윤 전 총장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3대 없음'을 극복해야 한다. ①소통 ②세력 ③콘텐츠 얘기다.
① 無 소통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요즘 정체돼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검찰총장 사퇴 직후인 올해 3월 2주 24%에서 이달 3주 24%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지율에 극적 반등이 없는 이유로 정치권에선 '소통 부재'를 꼽는다. '검사 윤석열'의 매력 포인트는 임명권자에게 반항하는 배짱과 뚝심이었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지나치게 과묵하다. X파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진 21일에도 윤 전 총장은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추가 입장은 없다"고만 했다.
윤 전 총장의 조심스러운 모습은 그를 지지한 사람들의 기대와 어긋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대중이 열광하는 정치인인 이재명 경기지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통점은 '사이다 화법'으로 직접 소통을 한다는 점"이라며 "윤 전 총장이 말을 아끼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얘기를 할수록 '구체적 사안에 대해 잘 모르거나 판단을 제때 못 내리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짚었다.
② 無 세력
윤 전 총장의 계획은 '이르면 6월 말 대권 도전 공식 선언→7, 8월 중 전국을 누비는 민심 행보→국민의힘 입당 여부 결정'이었다. 하지만 대변인 사퇴, X파일 의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정치 세력'이 없는 윤 전 총장의 약점이 빠르게 노출됐다.
당장 야권의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내용 없이 회자되는 X파일은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한다"며 윤 전 총장을 감싸면서도 "도덕적 지탄을 받을 일이라면 내용을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선거는 '세력'과 '명분'으로 치른다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명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는 홀로 할 수 없다"며 "결국 윤 전 총장 스스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지 못하면 '별의 순간'은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③ 無 콘텐츠
윤 전 총장은 국가 지도자 혹은 정치인으로서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등의 실패를 지적하는 학자 등을 만나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발표한 게 전부다.
'반(反)문재인' 외에 윤 전 총장이 어떤 국정 철학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대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윤 전 총장은 공부를 계속 하기보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게 되면 각종 의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생각을 선보일 정치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캠프에 합류하는 인사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21일 합류해 경제 공약 설계 등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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