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방문은 G7 정상회의 이외에 북태평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그리고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의 정상회담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촘촘하고 치밀하다.
바이든의 공개 행보는 세 가지 어젠다를 드러낸다. 첫 번째는 '미국이 복귀'(America is back!)다. 그가 취임 때 미국 국내에서는 말했지만 이번에는 미국 바깥에서 몇 달 전 메시지를 다시 강조했다. '재방송' 같지만 필요한 메시지였다. 그만큼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트럼프 4년 동안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관계 치유'는 바이든이 역점을 둔 부분이다.
이는 두 번째 의제인 코로나19 백신 외교와 연계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가장 발전한 G7 국가들은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국가들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동맹인 이탈리아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 동맹을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때 처음으로 우리 미국이 이전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라고 한 미국인은 소회를 밝혔다. 그만큼 한 줌밖에 안 되는 바이러스는 슈퍼파워 미국에 자괴감을 줄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G7 선진국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코로나19 '후반전' 들어 선전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역전되었다. 미국을 비롯해 이들은 개발도상국에도 대량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천명했다. 실추된 리더십을 글로벌 공공재 제공으로 회복하려는 복심이다.
세 번째는 바이든이 누누이 강조한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의 경쟁'이다. 그는 지난 2월 시진핑과 두 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를 했다. 내용 중 일부가 최근 알려졌는데, 시진핑은 '중국이 미국을 초월하겠다'는 자신감을 바이든에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바이든은 참모들에게 그의 각종 공식행사 연설문에 어떻게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결국 위의 세 가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이다. 미국 일부 관찰자는 심지어 푸틴과의 3시간에 걸친 밀실 회담 역시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러시아라는 걸림돌을 치우려는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이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협력해 중공을 견제한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떠올리게 한다. 중소분쟁 시기 마오쩌둥은 심지어 스탈린이 핵공격을 할까 염려해 베이징을 떠나 은신하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대중국 견제이고, 핵심 질문은 과연 유럽이 미국의 반중국 전선에 동참할 것인가이다. 공동성명 내용으로 볼 때 중국의 인권 상황 적시 등 바이든은 꽤 성공을 거두었지만 향후 내용적으로 얼마나 채워질지는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한국은 유럽의 행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미국과 가장 가깝고 동일한 앵글로색슨 혈통을 공유하는 유럽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크다. 더구나 대부분 유럽 국가들에 중국은 주요 무역상대국이다. 그런 유럽이 과연 반중국 연대에 동참할지, 어느 정도 동참할지 여부는 향후 미중 경쟁 향방에 있어 중요한 풍향계가 될 수 있다.
일단 바이든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토릭뿐만 아니라 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 미국과 동맹이며 21세기 미중 갈등 지정학에 노출된 한국이 유럽을 더욱 면밀히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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