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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韓美 대화 기대에 찬물 끼얹은 北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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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韓美 대화 기대에 찬물 끼얹은 北 김여정

입력
2021.06.22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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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돌연 담화 "잘못된 기대" 한미 비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미국이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는 한미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찬물을 끼얹었다. 22일 담화를 냈는데, 분량은 ‘넉 줄’에 불과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꿈보다 해몽” “잘못된 기대” 등 단정적 표현을 써가며 대화 재개의 책임을 다시 미국에 떠넘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제재 효력을 연장하는 등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강경 태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협상 무대에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앞서 20일(현지시간) “(대화와 대결이라는 북한의 대미기조를)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송 인터뷰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얘기다.

이인영(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인영(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사실 한미가 ‘꿈’꿀 만도 했다. 17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대외 메시지가 공개되자 북한이 협상에 나설 채비를 마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대표도 21일 한미 협의 후 북측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남북 연락채널 복구와 대화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남북 간 소통 재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날 한미 양국은 북측이 극도로 거부했던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해 대북정책의 새 판을 짜겠다는 신호도 보냈다.

그간 한미의 움직임을 관망하던 북한이 돌연 딴죽을 건 이유는 21일 대북 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연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와 관련이 깊다는 평가다. 미국 입장에선 대화와 압박을 섞은 실용적 대북 접근법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내심 대화 재개에 앞선 선물(제재 해제)을 기대했던 북한 지도부에는 “미국이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가뜩이나 담화 주체가 김 위원장의 혈육인 김 부부장 입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이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지간한 신뢰 조치 없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화로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섣불리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없는 데는 내부 요인도 있다. 북한은 최근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사정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경제 재건과 민심 동요를 막으려면 미국이 솔깃한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내치(內治)’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21일에도 노동당 외곽 조직인 사회주의여성연맹(여맹)에 서한을 보내 “아들딸을 많이 낳아 키워야 한다”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등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원회의 이후 조직 정비에 힘을 쏟아 체제 결속의 고삐를 한층 죄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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