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中 백신의 배신? 시노팜 맞은 몽골·세이셸서 코로나 감염 급증
알림

中 백신의 배신? 시노팜 맞은 몽골·세이셸서 코로나 감염 급증

입력
2021.06.23 21:00
0 0

中 시노팜·시노백 접종 국가 코로나 재확산
서방 백신 맞은 미국·이스라엘 상황 대조적
"미국이 향후 백신 외교 주도권 쥘 것" 전망

지난달 23일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에서 한 시민이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선양=AF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에서 한 시민이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선양=AFP 연합뉴스

중국산(産)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향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백신 외교’에 나선 중국이 저소득국가에 자국 백신을 대거 지원했지만, 이를 주력으로 접종한 국가에선 감염병 확산세가 줄긴커녕 오히려 더욱 거세진 탓이다. 각국이 어떤 백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제 회복 등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과 함께,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이 아닌 서방 백신으로 눈을 돌리면서 백신을 둘러싼 힘의 균형이 미국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몽골과 바레인, 칠레,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백신 접종 ‘모범국’이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50~68%가 접종을 완료했다. 성인의 45%가 2차 접종까지 끝낸 미국보다도 높다. 세이셸과 바레인의 경우, 1차 접종률이 각각 73.6%, 70.4%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접종률이 무색한 게 현실이다. 이 나라들의 감염병 상황은 악화일로다. 몽골에서는 지난 20일 2,40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한 달 전(5월 20일ㆍ519건)보다 4배나 늘어난 규모다. 접종률이 낮았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보다 오히려 감염자 수가 늘었다. 세이셸은 인구 100만 명당 감염자 수가 716명에 달한다. 칠레에서도 연일 5,000~7,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위 10개국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굴욕까지 겪었다.

신문은 확진자 급증의 원인을 해당 국가들에서 주로 접종된 백신에서 찾았다. 세이셸과 바레인은 10명 중 6명, 몽골은 10명 중 9명이 중국 시노팜을 각각 접종했다. 칠레는 10명 중 8명이 중국 시노백을 맞았다. 코로나19의 급격한 증가세가 결국엔 중국산 백신의 미흡한 효능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노팜 접종을 완료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몽골인 오트곤자르갈 바타르(31)씨는 NYT에 “백신을 맞으면 감염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2월 남부 로스 이로스주 푸트로노 진료센터에서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푸트로노=신화 자료사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2월 남부 로스 이로스주 푸트로노 진료센터에서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푸트로노=신화 자료사진

특히 대다수가 미국산 화이자 백신을 맞은 이스라엘의 경우, 신규 감염자 수가 100만 명당 5명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백신을 향한 불신은 더욱 커진다. 화이자ㆍ모더나를 접종한 미국 역시 지난 6개월간 확진자 수가 94%나 줄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진동얀 홍콩대 교수는 “중국 백신이 충분히 효과적인 제품이라면 이런 재감염 패턴을 보여선 안 된다”며 “중국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임상시험 결과 역시 의혹을 더한다. 시노팜과 시노백 측은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 승인 당시 감염 예방 효과가 각각 78%, 51%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반년가량 늦게 발표한 데다, 세부 자료 공개를 거부하면서 이미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 백신을 둘러싼 잡음이 이처럼 계속 이어지자, ‘어떤 백신을 접종하느냐’에 따라 국가 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NYT는 “(몽골 등 사례는) 코로나19 이후 각 나라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말해 준다”며 “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백신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경제 위축 등 팬데믹으로부터 회복 정도가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백신을 향한 불신 확대는 글로벌 백신 패권 경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제 개도국은 백신 확보를 위해 베이징(중국)이 아닌 서방을 점점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며 “미국이 백신 외교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