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윤석열 X파일, 홍준표가 잘 알 것"
홍준표, 송영길에겐 'No'만, 오히려 윤석열 비판
복당 앞둔 洪, 尹 거듭 견제…신경전 거세질 듯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선 아마 홍준표 무소속 의원께서 가장 정확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 의혹에 대해 언급하며 홍 의원의 이름을 꺼냈는데요. 검찰 출신이란 고리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묶었는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송 대표뿐만 아니라 요즘 여권 인사들은 결코 친하거나 가까운 사이가 아닌 데도 홍 의원을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심지어 홍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홍준표 "내가 X파일을 어찌 아나" 펄쩍...그러나 잠깐뿐
이에 대한 답은 오히려 홍 의원이 보여줬는데요. 홍 의원은 송 대표의 발언에 즉각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반박하면서도, 총구는 송 대표가 아닌 윤 전 총장에게 겨눴습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송 대표께서 무엇을 근거로 윤석열 X파일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씀하셨는지는 모르나, 나는 X파일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앞서 송 대표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홍준표 후보님이 입당하시게 될 텐데, 아마 홍 후보께서 가장 정확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의) 검찰 후배고, 지난여름에 무엇을 한지 다 알고 있는 분이 홍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입니다.
그런데 홍 의원이 송 대표를 언급한 건 이게 전부였습니다. 바로 윤 전 총장을 저격했죠. 그는 "법의 상징인 검찰총장 출신이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여 가지 본인과 가족 비리 의혹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치판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판인데 있는 의혹을 불법사찰 운운으로 피해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전날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X파일을) 작성했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발언한 점도 꼬집었습니다. 오히려 검찰총장 시절 직무상 사찰을 해 온 윤 전 총장이 검증을 사찰로 규정한 점을 질타했죠.
그는 "나는 초임 검사 이래 36년간 늘 사찰당하고 살았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라며 "검찰총장은 늘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찰을 하는 게 그 직무인데, 사찰을 늘 했던 분이 불법사찰 운운으로 검증을 피해 가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영길, 윤석열 둘러싼 보수진영 내 난타전 노렸나
이를 두고 송 대표가 '홍준표 대 윤석열'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치 신인 때부터 '민주당 저격수'를 자처했던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저격수 역할을 해 준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 한나라당 18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난타전을 벌였는데, 그때 나온 의혹과 공격들은 수년이 지난 뒤에도 회자됐습니다.
송 대표가 X파일이 보수 진영에서 나온 자료라고 강조하는 점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는 "야당 내부에서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여당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야당 인사들끼리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이란 걸 강조한 건데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보좌관 출신인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장이 X파일 존재를 공개했고, 국민의힘 상당수 인사들이 장 소장을 공격했죠. 김무성 전 대표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부인했습니다.
아직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그가 링 위에 오를 경우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진영 내 신경전은 더욱 격해질 수 있습니다.
홍준표, 윤석열에게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
시기도 주목해야 합니다. 24일 국민의힘은 홍 의원의 복당 심사 안건을 다룹니다. 정치권에선 홍 의원이 무난하게 복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홍 의원이 국민의힘을 달고 뛰게 됩니다.
홍 의원의 복당과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두 사람 간 눈치 싸움은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야권의 대선 후보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죠.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옳은소리'에서 "홍 대표가 복당에 성공하면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 경선 주자인 윤석열을 때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야권이 치열하게 다투는 현장을 보고 즐기면 된다. (여권 입장에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홍 의원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그는 앞서 22일 페이스북에 "한국 정치사에서 펑 하고 나타나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박정희, 전두환 두 사람뿐, 쿠데타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화된 지금은 펑 하고 나타난 사람은 허망한 신기루일 뿐"이라고 적었는데요.
윤 전 총장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려는 그를 향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죠.
홍 의원은 19일에는 "배신을 하는 것보다 배신당하는 게 훨씬 마음에 부담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자기가 데리고 있던 인사들이 야당에 기웃거리니 참 착잡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배신자'라고 꼬집은 것이죠.
홍 의원은 18일에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자질 검증과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의 자질을 비판했습니다.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윤석열-유승민-홍준표 순
한편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윤 전 검찰총장 35.4%,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14.4%, 홍 의원 11.2%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습니다. 지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 홍 의원 등 세 명뿐이었습니다.
여야 인사를 모두 포함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윤 전 총장 32%, 이재명 경기지사 29.3%, 이낙연 민주당 의원 11.5%, 홍 의원 4.4% 순이었습니다. 여야 전체 조사에서 홍 의원이 야권 주자 중에는 윤 전 총장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죠. 유 전 의원은 2.4%에 그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