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시간이 왔다."
2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대선 출마 선언식은 '대(對) 윤석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그간 윤 전 검찰총장을 꿩, 자신을 '꿩 잡는 매'에 빗대온 추 전 장관은 야권의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정말 문제적 검찰총장이었다"며 자신이 그와 대척점에 선 여권 후보임을 부각했다. 유튜브 채널 '추미애TV'로 생중계된 선언식에는 추 전 장관의 열성 지지층이 화상으로 대거 참여해 힘을 실었다.
출마 선언은 그간 윤 전 총장과의 싸움이 얼마나 정당하고 외로웠는지를 강조하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을 다룬 뉴스 화면에 '외로웠습니다'라는 자막을 붙인 영상이 흘렀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언론만 제대로 전달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추 전 장관 지지자들은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결집했다. 지지자들은 출마 선언이 진행된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중계차를 설치했다. 선언이 진행된 스튜디오 건물 앞에는 '추다르크' 캐릭터가 그려진 깃발이 걸렸고, 깨시민운동본부 등 지지단체가 보낸 화환이 즐비했다. 유튜브 방송인 추미애TV로 행사를 지켜본 실시간 시청자도 1만2,000명에 달했다. "조국 전 장관도 (대선에) 나오시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보였다.
검찰개혁을 응원해온 열성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듯, 추 전 장관은 사회 대개혁과 촛불정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다시 촛불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개혁의 정치로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의식한 듯 "검찰개혁을 하지 말라는 건 민생을 저버리는 것이고 반칙과 특권을 옹호하는 집단을 봐주자는 항복선언"이라고도 했다.
대선 슬로건으로 '사람이 높은 세상'을 내건 추 전 장관은 부동산 문제와 남북관계 등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사람이 땅보다 높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감한 과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분단된 조국의 대동맥을 다시 잇겠다"며 접경지역인 파주를 출마 선언 장소로 택한 이유도 공개했다.
강성 친문재인계 지지층을 등에 업은 추 전 장관의 등판은 당내 대선 경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친문계 대표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추 전 장관은 향후 경선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다만 대선에서 중도 민심을 되찾아야 하는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으로 등을 돌린 중도층과 진보층 일부와의 괴리감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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