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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1년 만에…홍콩 반중 매체 ‘빈과일보’ 끝내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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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1년 만에…홍콩 반중 매체 ‘빈과일보’ 끝내 폐간

입력
2021.06.23 18:30
수정
2021.06.23 19: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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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자가 마지막, "홍콩 유일의 민주진영 신문"
창간 26년 만에...우산혁명, 송환법 등 투쟁 선도
잇단 체포, 자금 봉쇄로 '보안법' 족쇄는 못 넘어

홍콩 국가안전처가 빈과일보를 급습해 주요 간부를 체포하고 자산을 압류한 17일 사옥 밖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국가안전처가 빈과일보를 급습해 주요 간부를 체포하고 자산을 압류한 17일 사옥 밖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果日報)가 끝내 폐간했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1년 만이다.

23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빈과일보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성명을 내고"현재 홍콩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해 늦어도 이번 주 토요일 26일자 신문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온라인 버전은 26일 밤 11시 59분 이후로 접속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어 “충성스런 지지를 보낸 독자들과 26년간 헌신해 준 기자, 스태프, 광고주에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빈과일보 경영진은 폐간시기를 24일로 이틀 앞당겼다. 이날 논설위원이 추가 체포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고 직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빈과일보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자정부로 작업을 중단한다"며 "24일자 신문이 지면의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보안법 위반으로 문제 삼는 빈과일보 기사는 50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과일보는 한국에도 익숙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 지미 라이(黎智英)가 26년 전인 1995년 6월 20일 창간했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아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사업가에서 언론인으로 변신했다.

빈과일보가 어느덧 홍콩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작은 달랐다. 초기에는 영국 타블로이드지처럼 파파라치와 선정적 보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지미 라이는 “미치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둥젠화(董建華) 초대 홍콩 행정장관 취임 이후 성격을 바꿨다. 중국과 홍콩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며 정치인 비리와 권력 투쟁 등 정치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지미 라이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하며 홍콩 민주진영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의 친중 세력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독립을 선동하는 인물로 몰아갔다.

홍콩 보안법은 피할 수 없는 족쇄로 그를 옭아맸다. 지난해 8월 보안법 시행 한 달여 만에 체포돼 올 4, 5월 2년 전 불법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20개월을 선고 받았다. 홍콩 보안법을 담당하는 국가안전처는 17일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자산을 압류하고 편집국장 등 회사 간부들을 붙잡아갔다.

이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핵심 인물들이 잘려 나가고 자산이 동결돼 자금줄마저 막히자 빈과일보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빈과일보의 하루 판매 부수는 약 8만부, 직원은 800명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홍콩 유일의 민주진영 신문이 문을 닫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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