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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빈과일보”...보안법에 맞서던 홍콩 신문과 고통스런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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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빈과일보”...보안법에 맞서던 홍콩 신문과 고통스런 이별

입력
2021.06.24 17: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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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판 빈과일보, 보안법에 26년 만 폐간
"고통스런 이별, 우리는 빈과일보 지지한다"
24일자 마지막 판 100만부 발행, 평소 12배
홍콩 가판대마다 수백명씩 구매 행렬 장사진

홍콩 몽콕에서 24일 새벽 주민들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마지막 신문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몽콕에서 24일 새벽 주민들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마지막 신문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중국을 비판해온 홍콩 매체 빈과일보가 24일 마지막 신문을 찍어냈다. 1995년 창간 이후 26년 만이다. 이달 30일 홍콩 보안법 1년을 앞두고 끝내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기자들은 눈물을 삼키며 기사를 썼고, 독자들은 가판대마다 수백 명씩 줄을 서서 몇 시간씩 신문을 기다리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빈과일보 24일자 1면 제목은 “홍콩인들 빗속에서 고통스런 이별,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였다. 당초 이날 홍콩에 내린 비 예보를 감안한 글귀다. 스마트폰 조명등으로 빈과일보 사옥 전경을 비추는 지지자의 손이 커다란 사진에 담겼다.

빈과일보는 이날자 신문을 100만 부 발행했다. 평소 부수인 8만 부보다 12배가량 많은 양이다. 홍콩 거리 곳곳 신문 가판대에는 전날 자정쯤부터 수백 명의 독자들이 모여들어 수십 미터 줄을 서는 장사진을 이루며 빈과일보와 작별 인사를 준비했다.

24일 새벽 홍콩의 한 신문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호를 사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24일 새벽 홍콩의 한 신문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호를 사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전날 밤 인쇄기가 돌아가자 빈과일보 직원들은 통한의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기사를 쓰면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기자의 발언을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이번 폐간으로 구속된 동료들이 풀려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빈과일보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주와 편집국장, 주필 등 주요 간부가 체포됐고 26억 원 상당 자산이 동결돼 신문 발행 여력이 소진한 상태다. 홍콩 정부는 빈과일보 기사 50여 개를 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사옥 밖에는 신문과 마지막 밤을 함께 지새우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와 "힘내라 빈과일보”라고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의 입에서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등장한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등장했다. 보안법 시행 이후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폐간에 앞서 23일 밤 11시 59분 빈과일보는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했다.

독자들이 많게는 수십 부씩 구입하면서 가판대마다 쌓여 있던 신문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한 독자는 공영방송 RTHK에 “빈과일보를 살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오늘은 불행한 날”이라며 “신문을 동료와 가족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은 “빈과일보는 중국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다 강제 폐간된 홍콩의 반중 매체”라고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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