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센 인도발 델타 변이, 이보다 더 셀지 모른다는 델타플러스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예방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마저 다시 방역 고삐를 죄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7월부터 방역을 완화한다. 전문가들은 '방역 최후의 보루’인 마스크 착용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델타+베타=델타플러스…얼마나 위험할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델타 변이 감염 상황에 대해 “총 190건이 확인됐고 그중 지역감염이 19건, 나머지는 해외입국 사례”라며 “델타 변이 유입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델타 변이 확진자와 역학적으로 연관 있는 66건까지 합치면 델타 변이 감염은 256건으로 추정된다. 알파 변이(1,886건)보다 훨씬 적지만 해외 상황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델타 변이는 이미 세계 80여 개국에 퍼졌다. 영국,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우 신규 확진자의 99%, 90%가 델타 변이였다. 이스라엘도 최근 감염자의 70% 정도가 델타 변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델타 변이가 확진자의 20%선에 그쳤다. 하지만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주 만에 2배로 증가한 속도로 볼 때 몇 주 안에 델타 변이가 미국의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을 포함한 11개국에선 델타플러스 변이까지 발견됐다. 델타플러스는 전파력 높은 델타에다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의 특성이 합쳐졌다. 이 때문에 아직 정확한 과학적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변이에 비해 위험성이 더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은경 "우리도 부스터샷 검토"
변이 대응은 결국 백신뿐이다. 백신 1차 이상 접종자 비율이 62.9%(21일 0시 기준)에 이르는 영국은 변이 대응을 위해 추가 접종(부스터 샷)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부스터 샷 검토에 들어갔다. 정 본부장은 “변이 대응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 접종 완료자에 대한 추가 접종과 이에 따른 내년도 백신 확보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1, 2차에 서로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접종이 변이를 더 잘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부스터샷까지 감안하면, 매 회차마다 같은 백신을 맞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는 교차접종도 변이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델타나 델타 플러스 변이가 발생한 나라들을 '방역강화 국가'로 추가 지정하고, 입국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 "7월 마스크 벗기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다음 달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으로 방역수칙이 완화한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델타 변이가 번져나가자 이미 영국은 봉쇄 조치 해제를 4주 연기했고, 이스라엘은 공항과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정부는 7월 개편안 시행을 못 박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국내 델타 변이 점유율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고, 자영업자의 피해가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시설 중심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층의 집단감염이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도 “시설 내 방역수칙을 지키고 어기면 엄격히 처벌하는 등 기본을 지키는 걸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업시간이나 모임 기준은 완화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원칙은 쉽게 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7월부턴 1, 2차 접종자 모두 실외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방역 완화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전체 위험을 차단하는 측면에서 마스크 미착용은 천천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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