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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들 주무기로... 슬라이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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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들 주무기로... 슬라이더가 돌아왔다

입력
2021.06.26 0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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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박세웅 김민우 등 장착, 대표팀 합류?
위기 때마다 결정구로 효과 톡톡
구사율 2017년 16→2021년 20%?
80·90년대 대표 변화구 다시 각광
공의 변화 좌우서 위아래로 진화
구질 다양화, 부상 우려 감소로 주무기 선택

삼성 최채흥이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삼성 최채흥이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삼성 최채흥은 지난 23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1루 위기를 맞았다.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넘겨야 할 이닝이었다. 최채흥이 한화 최재훈과 볼카운트 1-1에서 꺼내든 구질은 우타자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였다. 3개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고집한 끝에 병살 처리하며 시즌 2승을 거뒀다. 최채흥은 이날 슬라이더를 직구(47개)에 버금가는 40개나 던지며 주무기로 사용했다.

1980, 90년대 대표 변화구였던 슬라이더가 최근 젊은 투수들 사이에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올 시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투수들의 공통점은 슬라이더를 주력 구종으로 추가했다는 점이다.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처음 볼 때 직구와 비슷한 속도와 궤적으로 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좌타자 방향(우투수 기준)으로 휘면서 떨어져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대표 변화구다.

삼성 원태인은 슬라이더를 비시즌 때 제 3구종으로 가다듬어 올 시즌 위기 때마다 꺼내들고 있다. 9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 1위로 복귀한 24일 한화전에서도 106개 투구 중에 슬라이더를 21개나 구사하며 7이닝 호투를 했다.

대표팀에 원태인과 함께 승선한 롯데 박세웅도 주구종을 포크볼에서 슬라이더로 바꾸고, 프로 데뷔 후 첫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LG 마무리 고우석의 150㎞대 직구가 더 무서워진 이유도 140㎞대 슬라이더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KT 고영표는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바꾸기 위해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전체 투구에서 10% 가까이 늘리면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10번(전체 3위)이나 했다.

LG 임찬규는 지난 22일 인천 SS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올린 후 슬라이더에 대해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직구 구속을 146㎞까지 높인 데다, 2019년부터 익힌 슬라이더를 이번에 제대로 구사한 게 호투 비결이었다.

한화 김민우는 슬라이더로 구질 설계를 다시 해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고 있다. 기존 슬라이더 궤적을 횡으로 4㎝가량 더 움직이게 변화를 줬고, 구사율도 지난 시즌 2%에서 10%대로 높였다. 종으로 떨어지는 그의 주력 구종인 포크볼, 커브 등의 위력을 높이기 위한 처방이었다. 토론토 류현진이 그간 던지지 않던 슬라이더를 꺼내 든 것과 같은 이치다. 김민우 역시 다승 4위(7승), 탈삼진 10위(66개) 등의 성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KBO리그 시즌별 주요 구종 구사율단위 : %, 자료 : KBO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2017년 16.81
5.72
9.71
9.12
8.77
2018년 17.76
6.08
10.49
10.17
6.85
2019년 17.60
8.98
9.72
10.46
6.28
2020년 19.11
8.36
10.92
9.08
5.65
2021년 6월 현재 20.10
9.43
11.20
9.01
5.24

슬라이더는 과거 투수들에겐 직구에 버금가는 필수 구종이었지만, 서서히 그 위상을 잃었다. 너도나도 구사해 타자들 눈에 익다 보니 직구 타이밍으로 스윙해도 쉽게 커트가 가능해졌고, 팔꿈치 부상도 잦았다.

그러다가 2010년대들어 다시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실제 KBO리그 전체 구종 구사율에서 슬라이더는 2017년 16.8%에서 지난 시즌 19.1%, 올 시즌 20.1%(23일 현재)로 4년 사이에 3.3%포인트나 급증했다. 이 기간 체인지업은 9.71%에서 11.20%으로, 투심은 5.72%에서 9.43%로 역시 구사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관절에 영향을 덜 받고, 빅리그에서 선호하는 구종 위주로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슬라이더도 완벽한 제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한 좌우 변화보다는 종으로 떨어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빅리그에서 제이크 디그롬(뉴욕 메츠),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게릿 콜ㆍ아롤디프 채프먼(뉴욕 양키스) 등 정상급 투수들이 여전히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다.

김용일 LG 컨디셔닝 수석코치는 “그간 기술적으로 팔꿈치에 무리가 덜 가도록 투구 기술 보완이 이뤄진 데다, 보강운동 매뉴얼과 컨디셔닝 파트 보급이 진행됐다”며 “이젠 상대적으로 슬라이더를 사용해도 부상 부담이 줄어 사용하는 투수 또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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