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발견 15세 소년 극적 구조, 엄마는 결국 사망
이사 앞두고 실종된 노인… 백신 맞은 여행객 참변?
사망자 4명, 실종자 159명 "실종 3분의1은 외국인"
“나를 두고 가지 마요!” “제발 도와주세요!”
참혹하게 무너진 건물 속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잔해 너머로 작은 손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주민 니컬러스 발보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 스마트폰 조명으로 틈새 안을 살폈다. 분명 누군가 있었다. 즉각 구조대를 불렀다. 열다섯 살 소년 조나 핸들러는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기적’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묻는 핸들러에게 구조대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엄마 스테이시 펭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마케팅 기업 부사장으로 일하는 펭은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였다. 당시 펭과 핸들러 모자는 집에 머물다 참변을 당했다.
25일 미 언론에 따르면, 12층짜리 콘도형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한쪽이 무너져 내리면서 전체 136가구 중 55가구가 사라졌다. 이날까지 35명이 구조됐고, 사망자 4명, 실종자 159명이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2001년 9ㆍ11 테러를 방불케 할 만큼 참담한 사고였다고 전했다. 구조당국은 사력을 다해 생존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지만, 기적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추가 붕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망자가 더 늘 거라는 비관적 전망에, 실종자 가족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속 전해진다. 실종자인 91세 여성 힐다 노리에가는 6층에서 20년 이상 살았는데 최근 집을 매물로 내놨다. 아들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버지의 날’을 맞아 단란하게 가족 모임도 가졌다. 가족들은 “차로 집에 모셔다 드렸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슬퍼했다. 사고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온 손자는 건물 잔해 더미에서 우연히 할머니의 흔적을 발견해 비통함을 더했다. 교회 친구들이 보낸 카드였다. 며느리 샐리 노리에가는 “신을 믿고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아파트에 20년 거주한 62세 남성 브루노 트렙토는 사고 당시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라 현관문을 열었다가 뒤로 까무러쳤다. 복도가 중간에 끊어지고 이웃집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802호엔 어린 두 딸을 둔 화목한 가족이, 801호엔 아들을 가르쳤던 야구팀 코치가, 804호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트렙토는 “그들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스테파니 폰트도 여동생 카산드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쯤 그는 남편과 통화에서 “건물이 흔들린다”고 말한 직후 연락이 끊겼다. 폰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을 잃어 간다”며 말끝을 흐렸다.
콜롬비아 출신 변호사인 루이스 바스는 아내, 딸과 함께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짬을 내 플로리다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동생 세르히오 바스는 “형의 가족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마이애미에 간 것이었다”며 “구조당국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희망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여행 온 파비안 누녜스와 안드레스 갈프라스콜리는 여섯 살 딸 소피아와 함께 803호에 머물고 있었다. 바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신난 이들 가족은 사촌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발코니 밖에 펼쳐진 바다를 보여주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파라과이 출신 23세 여성 바네사 루나 비얄바는 생애 처음 해외 여행에 나섰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파라과이 대통령 영부인인 실바나 로페즈 모레이라의 친척집에서 보모로 일했다. 사촌 로우르데스 루나는 “어떤 소식이라도 듣고 싶다”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했다.
플로리다를 지역구로 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은 “실종자 가운데 3분의 1이 외국인”이라며 “가족들이 미국으로 올 수 있도록 비자 발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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