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트랜스젠더 남성임을 밝히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는 전 펜싱 대표선수를 이사로 임명하면서 여성으로 분류했다. 이를 두고 젠더 다양성을 꾀하겠다며 이사로 임명하면서 정작 본인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아 모순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JOC는 지난 25일 스기야마 후미노 ㈜뉴캔버스 대표를 이사로 임명한 사실을 전하면서 그를 ‘여성 이사’라고 발표했다. 스기야마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계속 여학교를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도 여성 펜싱 선수로 활약하며 일본 대표로 2004년 세계선수권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2006년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자서전 ‘더블 해피니스’를 내놓으며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과 그동안 여성으로 살면서 힘들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2012년부터 일본 최대 퀴어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비영리법인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의 대표로 취임, 본격적인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해 왔다. 2015년에는 도쿄 시부야구의 남녀평등다양성사회추진회 위원에 취임했다. 시부야구는 당시 일본 최초로 동성 파트너 인증서를 발급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JOC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를 이사로 임명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게 당사자가 인식하는 성별(남성)이 아닌 태어난 성별(여성)로 분류한 것이다. JOC는 “여성 이사가 스기야마를 포함해 13명으로, 여성 비율이 43%가 됐다”고 발표했다. 이전(21%)에 비해 여성 비율이 크게 늘어 40% 목표를 달성했지만,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임의로 분류해 젠더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JOC는 “본인에게 확인 후 여성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기야마도 “나 자신은 그렇게 (성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프라이드하우스 도쿄 컨소시엄의 마쓰나카 곤 대표는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JOC의 자세는 평가하고 싶지만, 이번 건은 LGBTQ(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한 증거”라며 “본인이 인정하는 성별로 취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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