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슬래브, 보 없이 기둥 위에"
일명 '무량판 구조'... 삼풍백화점과 동일
두 건물 모두 팬케이크 형상으로 붕괴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 붕괴 사고가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사고 3년 전 안전 진단에서 긴급 보수 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후속 조치가 늦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건물이 1995년 6월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붕괴한 삼풍백화점과 동일한 구조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 당국이 공개한 2018년 10월 안전 진단 보고서에 “1층 주차장 기둥과 벽에 균열과 깨짐이 있는 중대한 구조적인 손상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철근이 노출되거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사진과, 창문 등에서 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입주민의 불만 내용이 담겨 있다. 수영장 아래 지하 주차장의 기둥과 벽이 갈라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미 안전 진단 중 건물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건물 기반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공학자 존 피스토리노는 현지 매체 마이애미헤럴드에 “사고 건물이 부식성 있는 가혹한 환경에 노출됐고 강풍과 폭풍해일에 견뎌야 했기 때문에 건물 기초에는 문제가 없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석회암 기반 위 콘크리트 기둥 기초 위에 건물이 서 있었지만 지반이 침하되면서 구조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간 USA투데이는 시몬 브도빈스키 플로리다국제대 교수의 지난해 연구를 인용해 “해당 아파트 지반이 1993~99년 사이 매년 2㎜씩 내려앉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에선 사고 건물이 삼풍백화점과 동일한 구조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1979년 구조 계획에 따르면 사고 건물이 철근콘크리트 슬래브(면적이 넓은 수평 건조물)가 보 없이 기둥 위에 직접 놓이는 ‘무량판(flat slab) 구조’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1987년 착공해 1989년 개점한 후 6년 만에 붕괴됐던 삼풍백화점 역시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건물이었다.
구조설계 전문가인 미국 드렉셀대학 아비에유와 아가예레 교수(토목공학)는 마이애미헤럴드에 “부식으로 손상된 콘크리트 슬래브에서 기둥이 슬래브를 뚫고 전체 구조를 약화시키는 ‘펀칭’이 발생할 수 있다”며 “건물이 갑작스럽게 붕괴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펀칭 현상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기 바로 전날인 1995년 6월 28일 백화점 옥상에서 발견됐으며, 백화점은 이튿날 이번 플로리다 사고 건물처럼 ‘팬케이크’ 형상으로 붕괴됐다. 다만 이 두 건물이 같은 구조 설계 방법을 택하고는 있지만 시공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붕괴 원인으로 단정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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