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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가 노래한 미 서부의 걸크러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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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가 노래한 미 서부의 걸크러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국내 초연

입력
2021.06.28 16:36
수정
2021.06.28 17:3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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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다음 달 1~4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다음 달 1일 초연 예정인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연습 현장에서 주인공 미니 역을 맡은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이 권총을 들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다음 달 1일 초연 예정인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연습 현장에서 주인공 미니 역을 맡은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이 권총을 들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에 불었던 '골드러시' 바람을 타고 수많은 광산촌이 생겨났다. 그중 한 곳에서 술집 '폴카'를 운영하는 미니는 걸크러시 물씬 풍기는 여인이다. 지명수배를 받고 쫓기는 무법자 존슨과 사랑에 빠진 미니는 이방인을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연인을 보호한다. 애인의 목숨을 걸고 카드게임을 벌이는가 하면, 존슨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손에 권총을 들고 나타나 사랑을 지켜낸다.

국립오페라단이 다음 달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하는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는 '토스카' '라 보엠' 등을 작곡한 거장 푸치니의 작품이다. 1907년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작곡가가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를 보고 나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이국적인 배경을 사랑했던 푸치니답게 박진감 넘치는 서부극을 생생하게 오페라로 옮겼다.

우선 음악이 실험적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낭만주의 선율에 근대의 색채를 더했다. 여기에 미국 전통 가요와 멕시코, 미국 인디언의 민요 등이 접목되면서 다른 관현악곡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색 음악이 공연장을 채운다.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서부의 아가씨' 음악에 대해 '훌륭한 한 편의 교향적 시'라고 극찬한 바 있다. 노래의 경우 여성 가수의 배역이 많지 않은 탓에 남성미가 가득하다.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미니, 존슨, 랜스 역에 캐스팅 된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과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미니, 존슨, 랜스 역에 캐스팅 된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과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초연에서 주인공 미니와 존슨, 미니를 흠모하며 존슨을 견제하는 보안관 랜스 역에 각각 아르메니아 출신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이탈리아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 등을 캐스팅했다. 특히 바바잔얀은 다수의 푸치니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스타다. 지휘 역시 푸치니 전문가로 평가받는 지휘자 피에트로 리초가 맡았다.

'서부의 아가씨' 무대는 한 편의 서부 영화 배경을 닮았다. 연출을 담당한 니콜라 베를로파는 "대본이 원래 미국 브로드웨이를 겨냥해 쓰였기 때문에 미국적인 요소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작곡가의 영화적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베를로파는 "영화라는 장르가 발전하기 전인 1910년에 이 오페라가 만들어졌는데, 영화를 몇십 년 앞서가는 기법들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와 조명이 적극 활용된 현대적인 연출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무대는 미국 서부의 자연 경관과 지역색을 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무대는 미국 서부의 자연 경관과 지역색을 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서부의 아가씨'는 푸치니 작품 치고 무대에 자주 오르는 편이 아니다.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서도 드물다.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와 달리 음악은 표현하기가 까다롭다. 가수도 합창단을 포함해 무대에 오르는 인원이 150명에 이른다.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드는 셈이다.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장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들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공연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부의 아가씨'는 다음 달 4일까지 나흘간 공연된다. 3일 오후 3시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공연 플랫폼 '마이오페라LIVE'에서도 중계될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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