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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요새 웬 요란이야?

입력
2021.07.12 18:00
수정
2021.07.12 21:4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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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변화와 콘텐츠 실험에 담긴 진심

편집자주

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한국일보의 최근 보도와 콘텐츠 실험. 중간착취의 지옥도, 농지에 빠진 공복들, 21세기 난쏘공 등이 소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의 최근 보도와 콘텐츠 실험. 중간착취의 지옥도, 농지에 빠진 공복들, 21세기 난쏘공 등이 소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뭔가 유난스러워. 남달라. 좋다는 얘기예요."

올 들어 자주 접하는 반응이다. 동료들이 정성껏 만든 콘텐츠를 알리는 장면에서다. 이를테면 인터랙티브 등 경험 콘텐츠에 잔뜩 힘 준 탐사기획을 소개할 때. 인터뷰 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눈물 콧물을 쏟았을 때. 독자가 완성하는 책 ‘디어 마더’를 펴냈을 때. 주필까지 나선 9종의 뉴스레터를 선보일 때. 언론 콘텐츠로는 낯선 성격테스트를 띄울 때. 남다른 기운을 포착한 독자, 연구자, 외부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받곤 하는 것이다.

사실 ‘남달라 보인다’는 건 가치중립적이고 애매한 경계성 칭찬이다. 완결된 성과가 아니라 움직임에 대한 것이니 미완의 칭찬이기도 하다. 전통적 뉴스룸(편집국)이 추구한 피드백도 아니다. 묵직한 특종에 뒤따르는 ‘살아 있다’, ‘절실한 권력 감시였다’, ‘역시 민완기자의 산실이다’ 등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 한국일보의 변화가 독자들께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혹시나 언론의 책무 대신 비주얼 저널리즘이나 스낵화된 연성 뉴스에 매달린다는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이 분주함의 진심을 털어 놓아야 할 시간이다.

수년째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좋은 독자와 좋은 기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물론 언론이 반성할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쌓이고 갱신된다. 동시에 다른 쪽에선 좋은 기사들이 독자에게 발견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매체 탐사팀장은 이렇게 괴로워한다. “업계에선 온갖 찬사와 상을 휩쓸었지만, 대학 강연을 가니 수십 명 중 그 기사를 읽은 학생이 5명도 안 되더라.” 같은 시각 독자들은 호소한다. “내가 쓰는 앱에는 왜 제대로 된 뉴스가 하나도 없고, 맨날 시각 공해뿐이냐.”라고.

거대한 장벽이다. 포털 뉴스 화면에서는 모든 게 ‘한 줄 제목’으로 치환된다. 수개월간 쪽방촌을 집요하게 파헤친 탐사물도, 발이 닳게 참사의 현장을 누빈 특파원의 르포도 여지없다. 쏟아지는 손쉬운 속보들과 함께 ‘한 줄 제목’으로 묻혀 수 초 만에 사장(死藏)되기 쉽다. 물론 언론의 원죄가 쌓인 결과다. 더딘 혁신 노력, 포털에 고스란히 내어 준 뉴스 플랫폼, 상실한 신뢰 등이 차곡차곡 복리로 몰아닥친 셈이다. 엉뚱한 해법을 찾는 이들 탓에 일각에선 '디지털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취재는 멀리하고 어뷰징, 트래픽 사냥까지 한창이다.

위기를 핑계로 저널리즘의 사명을 내버리지 않고도 '발견되고 연결되기’라는 지상과제를 풀 수 있을까. 다시 독자를 단단하게 만날 참된 '디지털 혁신'의 길은 뭘까. 한국일보 뉴스룸이 꽉 쥔 목표는 ‘오직 독자’다. 전통적 관점에서 좋고 익숙한 기사를 써두기만 하면 언젠가 독자가 저절로 또 기꺼이 찾아와 읽어 줄 것이란 착각을 버리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독자가 궁금할 주제에 천착하되 △뉴스룸의 취재는 더 집요하고 남다르게 △한국일보 닷컴의 출판은 더 친절하고 유용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엔 뉴스룸과 신문국을 분리했다. 종이 신문 레이아웃을 초월해 독자를 바라보자는 취지다. 연말에는 어젠다기획부(마이너리티팀ㆍ기후대응팀), 1인랩(스타트업랩ㆍ인스플로러랩ㆍ애니로그랩), 커넥트팀 등 새 조직도 출범했다. 사회부에 탐사팀이 신설됐고, 경찰팀은 사건이슈팀으로 탈바꿈해 시야를 넓혔다.

좌충우돌은 여전하나 도전은 이어졌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21세기 난쏘공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농지에 빠진 공복들 △블랙홀에 빠진 내 사건 △인터뷰-엄마 △애니청원 등 많은 콘텐츠가 박수를 받았다. 하나같이 해결이 시급한 공적 사안이나 독자의 관심사에 천착했고, 현장을 집요하게 누비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역사를 기록하고 권력 감시에 눈을 부릅뜬 기존 분투도 계속됐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 △광주 재판날 출석 않고 산책하는 전두환 등의 특종이 나왔다.

이를 디지털에서 강력하게 구현할 ‘연결고리’ 실험도 계속됐다. 영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인터랙티브의 압도적 구성으로 이목을 끈다. 뉴스레터에 쉽고 알차고 재미있게 담아 배달한다. 필요하면 흥미로운 성격테스트 페이지도 개발해 기사와 연계한다. 독자가 콘텐츠를 경험할 콘서트, 책도 구상한다. 같은 소재로 글을 써도 눈에 들어오게, 읽기 즐겁게 구성한다. 서툰 안간힘, 비명, 호소이기도 하다. “여러분! 거기 계시죠? 여기 볼 만한 뉴스와 기획이 있어요!”

노력에 만족하기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한편에서 변화를 체감한 독자의 격려가 이어지기에 동료들과 함께 용기를 얻는 나날이다. “마이너리티팀이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귀한 기사도 많이 써주신다고 느껴요. 잘 읽고 있습니다. 또 어떤 팀, 사람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졌어요.”

이런 격려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매달 이 칼럼을 이어가고자 한다. 뉴스룸 내부의 변화나 마음가짐, 일상을 때론 유난스럽게 소개한다. 아픈 비판도 곱씹고자 한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채 그 가치를 디지털에서도 실현해 보이겠다는 목표는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순진하고 야심 차니까. 독자의 공감 없이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이상(理想)이니까. 뉴스룸과 독자들이 더 단단히 이어질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가 지난하게 부여잡을 연결의 열쇳말은 결국 다시 독자, 다시 소통, 다시 저널리즘이니까.

김혜영 커넥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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