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검사 대상 압수수색… "수사권 조정 영향"
지난달에도 검사 관련 영장 놓고 검찰과 갈등 빚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검사의 범죄 의혹 수사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현직 검사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두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과 갈등을 빚었고, 이달엔 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부장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3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A 부장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경찰은 A 부장검사를 피의자로 적시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A 부장검사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기,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산업자 B씨를 조사하던 중 A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현직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등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 진술을 토대로 A 부장검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를 확보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A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지방 검찰청 부부장검사로 강등 발령되기도 했다.
경찰, 수사권 조정 후 검사 수사 자신감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검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은 A 부장검사 사례가 처음이다. 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경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검찰은 검사 범죄에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 신청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 당시 경찰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검찰이 영장을 돌려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전 검사 범죄는 영장을 신청해도 청구가 되지 않거나 사건 자체를 검찰이 갖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만 경찰은 A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를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공수처에 통보해야 할 고위공직자범죄에 적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 부장검사의 혐의가 뇌물수수 등으로 바뀐다면 법에 따라 공수처에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자성, 경찰은 실력 향상을"
앞서 경찰은 지난달 검사의 수사기밀 누설 의혹 수사를 두고 검찰과 대립하기도 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JW중외제약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현직 검사로부터 수사상 비밀을 알게 된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 녹취파일을 확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은 해당 검사의 신원을 확인하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여부를 파악하는 별건 수사를 진행하고자 해당 녹취파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반려했다.
검찰 측은 경찰이 압수수색 및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한 경찰이 올해 초 서울고검에 신설된 영장심의위원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심의위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 수사를 둘러싼 검경 간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수도권 지검의 부장검사는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아온 검찰도 상황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혐의가 있다면 경찰에서든 공수처에서든 철저히 수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그간의 영장 기각 사례의 상당수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나 법리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만큼 경찰이 수사 역량과 합리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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