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진보로 기업 패소 확률↑?
옥스퍼드대 "과학 발전, 기업엔 리스크
기업활동·기후위기 연결고리 입증..."
기후위기를 탐구하는 과학의 발전으로 기업들이 줄소송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기업 활동이 이상기후를 유발해 피해를 끼쳤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기업에 기후위기 피해 책임을 묻는 전 세계 소송 73건을 조사한 결과 다수가 최신 과학을 증거로 활용하지 못해 패소했다고 보도했다. 패소 사건들을 보면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기업 활동과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 사이의 연관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 2008년 미국 알래스카주(州)의 섬마을 키발리나 주민 400명이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에 제기한 소송이 대표 사례다. 당시 주민들은 미국의 거대 정유·전력기업 등 20여 곳을 상대로 "이들 기업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로 빙하가 녹아 섬의 침식이 가속화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안전한 이주 비용을 제공하라고 집단 소송을 냈다.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연관성 입증에 실패했다.
지난 15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룬 '귀인(歸因) 과학'(Attribution Science)이 이런 소송의 승률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같은 인간의 활동이 폭염 등 극한 기후를 유발한다는 점을 과학적 증거로 밝혀내는 학문이다. 예컨대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불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의 경우 경제적 피해액이 최소 80억 달러(약 9조 원), 2017년 허리케인 하비는 무려 679억 달러(약 76조7,000억 원)가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과학의 진보로 기업 패소 확률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투자 감소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를 이끈 루퍼트 스튜어트 스미스 연구원은 "승소 확률이 높아지면 기후 영향에 대한 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다"며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런 기업들을 꺼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활동의 환경적 영향이 주요 투자 요소가 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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