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하며 "자유·법치·공정" 주장
구체적 정책 제시는 모호... 검증 과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현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 정책을 비판하고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라고 정치 행태를 꼬집으며 정권 교체를 강변했다. 얼마 전까지 현 정부 검찰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정권 교체의 선봉장으로 나선 역설적인 현실이다. 가장 유력한 야권 주자이면서 가장 검증 안 된 정치 신인인 그는 이제 국가 리더의 자격이 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날 윤 전 총장이 밝힌 비전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는 문장일 것이다. 정권 관련 수사를 밀어붙였다가 무리한 찍어내기의 피해자가 되었던 그에게 정계 진출을 설명하는 이유이며 현 정권에는 아픈 약점이다. “검찰개혁안을 지지했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강자의 방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검찰개혁 반대자라는 낙인을 벗고 현 정권을 꼬집는 답변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 데뷔가 큰 설득력이 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자신이 강조해 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X파일로 알려진 가족 관련 의혹은 앞으로 변수가 될 것이다. 또한 비전을 구현할 정책적 방법에 대해선 모호함을 드러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성장과 복지는 같이 가야 한다는 등의 원칙 표명은 틀린 게 없으나 복잡다단한 현실에 시사점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예측 가능한 집값”이 핵심이라며 “종부세는 중요하지 않다”거나 공정을 실현할 키워드가 “생애 전주기 기회의 균등”이라는 답변은 그에게 문제 해결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수사·사법 외 사회 현안에 대한 혜안을 보여야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과제라 하겠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주자가 드디어 대선 행보를 공식화함으로써 대선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파격 기용한 검찰총장을 정권의 대항마로 키운, 모순적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 법치와 공정 등 윤 전 총장이 짚은 점들을 엄중히 보고 극복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정권심판론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민의힘으로선 그가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일치한다”며 국민의힘 입당을 시사한 점이 반가울 것이다. 경선 과정 잡음, 검증 안 된 윤석열 리스크 관리가 국민의힘에 주어진 과제다.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