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경찰·언론인 등 접대 의혹
수억대 슈퍼카 바꿔 타며 호화생활
재력가 행사·인맥 과시 투자자에 접근?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 사기로 덜미
경찰, 대가성 확인 땐 뇌물 수사 전환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수산업자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검사와 경찰, 언론계 인사들이 수사대상으로 오르내리면서,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산업자 김모(43)씨는 현직 부장검사는 물론 경찰 고위층과 정치권 유력 인사들을 문어발식으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힌 인사들은 대부분 "소개를 받아서 만났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씨의 사기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현직 검사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이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종합편성채널 앵커 A씨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총경급 현직 경찰간부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이다.
김씨는 2008~2009년 자신을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속여 36명에게 1억6,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자마자 사기를 목적으로 자신의 고향인 경북 포항과 대구 등지에서 인맥을 확대했다. 그는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포항 구룡포읍 빈 집으로 드러났다.
김씨 지인 등에 따르면 그는 사기 행각을 들키지 않고 로비 대상에게 접근하기 위해 직업과 사무실, 차량을 수시로 바꿨다. 수억 원대 슈퍼카 20여 대를 렌트 방식으로 바꾸거나 어선 수십 척과 건물을 보유한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8년 6월~올해 1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투자금 명목으로 7명에게 11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올해 4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포함돼있다.
김씨는 특정 인사와 관계를 맺으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고위층 인사를 소개받는 식으로 인맥을 넓혔다. 김씨가 회장으로 취임한 생활체육단체 행사에는 이동훈 전 위원과 A앵커를 포함한 언론인과 여야 정치인,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김씨를 경북지역을 기반으로 수산업을 해온 기업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씨 행사에 축전을 보낸 적이 있다는 전직 국회의원은 "기자 소개로 알게 됐는데 대단한 재력가라고 들었다. 안면이 있어 축하 영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강남 술집에서 봤을 때 보니, 기자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신문사 부회장을 맡았고,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을 지냈다는 그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운영하는 수산업체로 알려온 B물산의 주소도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김씨 고향인 포항 구룡포리 주민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오징어를 말려 팔던 것을 보고, 김씨가 가짜 수산물업체를 차려 사기를 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가 초기 단계이고 김씨의 인맥이 전방위로 뻗어 있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뇌물 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며, 대가성 확인이 힘들면 적어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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