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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정부 여당이 윤석열·최재형 출마시킨 것 아닌가”

입력
2021.07.01 16:00
수정
2021.07.01 16: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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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의 노크] 이찬희 전 대한변협 회장 인터뷰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검찰개혁 및 공직자범죄수사처 발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공수처 산파역으로 통하는 이 전 협회장은 "공수처가 헌법재판소처럼 안착하려면 사건 수를 최대한 줄이고 집중 수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소불위 검찰권을 분산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검찰과 경찰, 공수처 간 세부 업무 분장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검찰개혁 및 공직자범죄수사처 발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공수처 산파역으로 통하는 이 전 협회장은 "공수처가 헌법재판소처럼 안착하려면 사건 수를 최대한 줄이고 집중 수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소불위 검찰권을 분산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검찰과 경찰, 공수처 간 세부 업무 분장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격적이다. 정권 초부터 무소불위 검찰권을 분산시키겠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수사의 상당 부분을 경찰로 넘기고,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별도로 행사하는 수사기구(공수처)를 만들어 아예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허물었다. 수사 부담이 늘어난 경찰이 올해 1월 1일부로 경찰청 산하에 국가수사본부를 발족하고 1월 21일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면서 검찰권 분산을 위한 개혁의 큰 골격은 잡혔다.

하지만 검찰개혁 과정에서 ‘조국 일가 수사’라는 돌발변수가 생겼고 법무부와 검찰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법·검 충돌 국면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개혁에 맞선 저항세력으로 규정지었고, 이에 맞서 윤 총장은 권력수사를 방해하는 핑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눴다가 ‘찍어내기’ 당했다고 판단한 검찰총장은 이제 정권 교체를 주장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대권 행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이다.

검찰개혁의 드라마틱한 장면은 공수처 출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 2월 취임한 이 전 협회장은 법조 3륜의 한 축으로 법조3륜의 한 축으로 조국 사태와 법검 갈등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공수처 출범에도 직접 참여했다. 올 2월 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하는 이 전 협회장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율촌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찬희 전 변협회장 /배우한 기자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논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찬희 전 변협회장 /배우한 기자


-협회장 임기 내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심각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에 권한 다툼이 극에 달했다.

“이제는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협회장 임기 동안 외줄을 타는 심정이었다. 변협 입장에서 변호사 시험 등 제도와 관련해서는 법무부와 협의하고 변론권 보장 등 변호사 실무는 검찰을 상대해야 한다. 변협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는 게 협회장 처지다. 그런데도 솔직히 말하면 문무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하는 게 편했다. 검찰총장과는 수시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소통이 잘됐다. 업무 협의 때문에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 법무장관, 검찰총장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갖고 있다. 딱 하나 추미애 장관 번호는 없다. 그러면 설명이 되지 않겠나.”

-조국, 박상기 전 법무장관과도 소통이 안 됐나.

“조 장관은 교수 시절 소통하는 사이였지만, 청와대 민정수석 때는 연락할 이유가 없었고 30일 남짓한 장관 때는 연락할 상황이 안 됐다. 박 장관은 대학(연세대) 선배님이라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였다. 추 장관 시절에는 차관이던 김오수 총장이 소통 창구였다. 장관 입장에서는 ‘차관과 소통하면 될 일이지’라고 사소하게 넘길지 모르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김 차관과는 소통이 잘됐지만, 차관은 결정권이 없는 자리다. 대법원장, 헌재소장, 검찰총장 모두 직접 통화했지 차장을 통하라 하지 않았다.”

-법무와 검찰의 갈등은 조국 장관 일가 수사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 검찰 수사가 우리 사회에 미친 여파도 상당하다.

“지금 재판 중인 사건이기도 하고, 기록을 보지 않는 이상 사건과 수사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사모펀드에서 시작된 수사가 웅동학원이라는 사학 비리, 표창장 의혹으로 번진 대략의 골격만 알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수사로 우리 사회가 검찰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 점은 분명하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법무부장관도 난도질할 수 있다는 걸 국민이 체감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검찰이 내부적으로 분열되는 계기가 됐다. 종전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통했지만 이번 사건에는 찬반 의견이 나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검찰에 대한 두려움과 검찰 조직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준 사건이다.”

-윤석열 직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최재형 현직 감사원장이 정치 참여를 위해 사직했다. 사정기관 수장이 정치로 직행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이 많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사정기관 수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거나 임기 직후에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에서 ‘나는 5년 동안 기다렸다’고 최재형 원장을 질타했는데, 시간적으로는 그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퇴임 이후 정치권 진출까지)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정도는 원칙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법조인으로 존경받는 두 분이 정치의 길을 택한 배경을 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여당의 ‘찍어내기’가 작용했지만 최 원장의 경우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이 두 분을 출마시킨 것 아닌가. 내가 아는 한, 두 분이 총장을 하거나 원장을 하는 동안 정치적 뜻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는 않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 대통령이나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숨겼는지 모르겠으나, 오랜 기간 지켜본 두 분은 대통령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정통 법조인이 분명하다.”

-정부 여당이 어떤 식으로 두 법조인을 대선 레이스로 이끌었다는 것인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댈 정도로 용기 있는 검찰총장과 평생 존경받는 법관으로 꼿꼿했던 감사원장이 임기도 안 마치고 대권 도전에 나섰을 때는 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국정 운영 철학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인사에 공정했는지, 권력 운용에 공정했는지 깊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우선 인사에 공정하지 않았다. 내 사람만 썼다. 우리 편이 아니면 안 쓴다는 식으로 포용할 줄 몰랐다. 법조계에도 이 정부와 연계되지 않은 고위직은 없다. 정부를 비판하는 반대자도 포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협회장 재임 당시 대한변협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후보자추천위 구성에 직접 참여해 공수처법 개정안 정국에서도 활약한 사실 등을 두고 ‘공수처 산파’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산파역이란 평가는 과하다. 공수처를 출범시킨 시민단체와 입법화한 정부와 국회가 산파 역할을 했다. 대한변협에 주어진 법적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

-공수처장 추천뿐 아니라 대한변협에서 함께 일했던 여운국·허윤 변호사가 공수처 차장과 검사로 임명됐다. 공수처장 비서관 임용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공수처 실세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허세보다는 실세라는 말이 듣긴 좋지만, 사실이 아니다. 변협에서 추천한 3명이 최종 후보 4인에 포함됐을 정도로 후보 추천에 심혈을 기울였다. 나머지 2명도 공수처장으로 손색이 없다. 김진욱 처장은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추천된 것이다. 여운국 차장은 변협에서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던 훌륭한 법조인이다. 김진욱 처장이 삼고초려 끝에 대법관보다 위상이 한참 낮은 공수처 차장으로 모신 걸로 알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다재다능한 허윤 변호사의 경우는 협회장 추천으로 공수처 검사가 됐다고 하면 상당히 억울해할 것 같다. 처장 비서관의 경우 김진욱 처장의 급한 연락을 받고 추천을 했는데, 법률 위반이라는 진정까지 받았다. 서울변호사회에 제기된 진정은 당연히 기각됐다.”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정했다. 정치적 중립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여당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만약 1호 사건으로 야당인사, 가령 대권주자를 겨냥했다면 3년 내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보여줄 대상은 국민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을 납득시킬 사건이 무엇인지 고민했을 것으로 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가 공수처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1호 수사는 이해할 만하다. 앞으로도 여야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공수처 수사가 공정하고 우리 사회 정의를 세우고 있다는 걸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 직권남용 사건도 7, 8호 사건으로 입건했다. 여권 인사에 이어 야권 인사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윤 총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입건하지 않는 순간 공수처는 또 얼마나 심한 비난에 휩싸이겠는가. 공수처는 여야, 좌우의 비판과 견제보다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수사해야 한다. 다만 공수처가 이렇게 많은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일반직 포함 100명도 안 되는 신생조직 입장에서는 사건 수를 크게 줄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높은 국민적 신뢰를 받지만 출범 초기에는 (공수처 상대로) 검찰이 하는 것처럼 대법원의 견제와 괄시를 많이 받았다. 그렇게 흔드는데도 헌재 1호 결정은 상당히 뒤늦게 나왔다. 공수처 또한 주변의 비판과 비난을 의식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의 신념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공수처 출범 초기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검찰과 다른 수사방식이었다. 그런데 걸음마 단계의 공수처에서 기존 검찰 수사방식을 답습하다 비판을 받았다. 수사 경험이 없는 처장이나 차장이 (검찰 출신 검사나 수사관 등) 내부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나 싶다. 황제 조사 논란이 공수처가 자리 잡는데 큰 약이 됐을 수 있다. 미리 맞은 매가 됐기를 바란다.”

-사법행정자문위원으로 사법부 개혁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대한변협 회장은 대법관 추천위원이기도 하다. 가까이서 지켜본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떤가. 김명수 사법부의 대법원 구성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법연구회에 이어 국제인권법 출신 등 진보 성향이 대법원을 장악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관 편중 인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념적 차원뿐 아니라 판사 일색의 순혈주의를 고수한다는 점에서도 다양성이 부족하다. 판사와 함께 변호사, 학자, 검찰 출신이 고루 포진해야 한다. 과거 보수 일색이라 진보를 보강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검찰 출신 대법관 자리에 판사 출신을 앉히면서 다양성을 상실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과정에서도 대법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논란이 됐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마저 공사 구분이 없다고 대법원장을 질타했다.

“법관의 독립성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엄격히 보장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도 견제는 해야 한다. 법관 견제의 수단이 탄핵이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의 경우는 시점이 문제다. 사표 제출을 수차례 보류하다가 법관 재임용 기한 직전에 탄핵을 추진한 과정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위헌적 법 적용이다. 법관 탄핵은 활성화해야 하지만 특정인을 겨냥한 탄핵은 옳지 않다.”

-사법개혁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상고심 문제는 김명수 사법부에서도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상고심 때문에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 농단이 상고법원 설치에서 시작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상고법원 설치를 고리로 한 재판 거래에서 불거졌다. 국민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1심과 2심을 실질화하는 게 옳다. 법관 정원을 대폭 늘려 1, 2심에서 충실하게 심리하고 재판 신뢰도를 높인다면 상고사건을 줄일 수 있다. 예산 한계를 감안하면 예우를 크게 낮춰야 법관 증원이 가능하다.”

-최저 수임료가 200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변호사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변협 차원의 대책이 있나.

“변호사 시장 또한 무한경쟁에 접어들었다. 변호사만 어려운 상황도 아니라 인위적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법률서비스 비용을 다양화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다. 변호사 시험 한 번 합격해서 평생 고소득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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