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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극장·중파·대백'...추억으로 사라진 대구의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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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극장·중파·대백'...추억으로 사라진 대구의 명소

입력
2021.07.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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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들, "시대 따라 변화하는 모습... 아쉽다"

전국 유일 향토백화점으로 자리를 지켜온 대구백화점 본점이 30일 영업을 끝으로 7월 1일부터 잠정 휴업에 들어간다. 뉴스1

전국 유일 향토백화점으로 자리를 지켜온 대구백화점 본점이 30일 영업을 끝으로 7월 1일부터 잠정 휴업에 들어간다. 뉴스1

대구 지역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의 대표 만남의 장소가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업을 끝으로 잠정 휴점에 들어간 대구백화점(대백)을 비롯해 한일극장과 아카데미극장, 옛 중앙파출소(중파) 등이 대형 기업에 넘어갔거나 장소를 옮겼다. 대구 시민들은 옛 추억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향토백화점이었던 대백은 이달 1일부터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 사실상 문을 닫은 것이다. 1944년 대구 중구 교동시장 부근에서 대구상회로 출발해 지난 1969년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던 대백은 이렇게 5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성로 상권의 중심이자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여파로 인한 매출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대백 휴점으로 입점해 있던 일부 브랜드 등을 비롯해 내부 인력은 대봉동 대백프라자점으로 이동한다. 대백은 앞으로 프라자점 영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영업 마지막 날에는 대백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상당수 점포 등은 이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매대를 정리하거나 '떨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매장 내부 등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사진으로 찍어 남기기도 했다. 동성로 부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지훈(33)씨는 "마지막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백을 들러봤다"며 "평소 같았다만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날만큼은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옛 중앙파출소(현 동성로관광안내소) 전경. 김재현 기자

대구 중구 옛 중앙파출소(현 동성로관광안내소) 전경. 김재현 기자

동성로 만남의 장소는 대백 뿐만이 아니었다. 반월당역에서 내려 동성로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중파가 그것이다. 1974년 건립돼 44년동안 동성로 일대 시내 주요 구역의 치안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젊은 청년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애용돼 왔다.

중파는 지난 2018년 건물이 노후화되고 치안 업무를 담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중구 약령시 서문 부근으로 이전했다. 옛 중파는 리모델링 작업 등을 거쳐 동성로관광안내소로 탈바꿈 했다. 이 곳에서는 대구관광기념품을 비롯해 인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중파는 동성로 시내를 찾는 청년들을 비롯해 인근 학원가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주 이용되던 곳이었다. 관광안내소로 바뀌었지만 대구 시민들에게 이곳은 여전히 '중파'로 통용되곤 한다. 이모(35)씨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중앙파출소 앞에서 만나 학원을 다니고 싼값에 떡볶이를 사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돈 없던 학생들이 친구들과 만나기에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중파'"라고 말했다.

한일극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1938년 키네마구락부로 출발한 한일극장은 광복 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 한국 전쟁 당시에는 국립중앙극장으로 지정돼 국내 대표 연기자들의 위문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다 1957년 지금의 한일극장 이름을 달았다. 이후 1996년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고, 그 과정에서 소유주가 수차례 바뀌기도 했다. 2012년에는 CGV대구한일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도 한일이라는 이름만큼은 지키고 있는 셈이다.

대구 출신 봉준호 영화감독이 어린 시절 '로보트 태권V'를 관람한 적이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아카데미극장도 신종 코로나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문을 닫았다. 대구 중심부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앞은 철문이 내려진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961년 들어선 아카데미극장은 한일극장과 만경관, 중앙시네마 등과 경쟁하면서 대구 영화산업의 부흥기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경영난 속에 폐업 위기에 몰렸고 이후 수차례 소유주가 바뀌다 CGV대구아카데미점으로 명맥을 이었지만, 이것이 마지막 이름이 됐다. 이 밖에 1922년 대구 최초의 극장이었던 만경관 역시 대형 멀티플렉스의 증가로 경영난을 겪다 부도 위기 끝에 롯데시네마가 인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배희진(35)씨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바라보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미래 세대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추억이 없어지는 것도 슬프게 느껴진다"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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