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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기억도, 흑역사도 찾아야죠"...싸이월드 추억 소환 앞두고 들뜬 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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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기억도, 흑역사도 찾아야죠"...싸이월드 추억 소환 앞두고 들뜬 3040

입력
2021.07.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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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사진 180억 장, 동영상 1억5,000개 복구
실명 인증하면 사진·동영상·BGM?등 확인 가능

싸이월드 홈페이지.

싸이월드 홈페이지.

직장인 정모(43)씨는 5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대 때 이른바 '싸이질'에 빠져 '싸이폐인'이 되게 만든, 원조 한국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이날 다시 문을 열기 때문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이디(ID)와 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도 이미 신청한 터. 다시 사이트가 열리기만 하면 10~20년 전 추억이 담긴 사진과 친구들이 남긴 방명록을 다시 볼 생각에 설레기만 하다. 그는 "어릴 적 가족 사진과 초중고교 시절 사진까지도 올려놨었다"며 "1촌 맺었던 친구들 미니홈피도 찾아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리 소문 없이 폐쇄돼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싸이월드가 5일 다시 문을 연다. 한동안 잊고 지낸 미니홈피 속 추억을 찾으려는 옛 회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싸이월드의 운영권을 보유한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회원들은 5일 오후 6시부터 자신의 싸이월드 내 사진, 동영상, 댓글, 배경음악(BGM), 도토리 수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회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싸이월드 홈페이지(www.cyworld.com)에서 재오픈되는 "아이디 찾기" 서비스를 통해 간단한 정보 입력 후 카카오페이 실명인증만 하면, 싸이월드가 지금까지 복구한 사진, 동영상, 게시물, 쥬크박스 BGM을 확인할 수 있고, 보유한 도토리 개수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싸이월드제트는 그동안 사진 180억 장, 동영상 1억5,000개 등의 복원 작업을 마쳤다. 복원 작업은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가 진행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이달 중 싸이월드의 베타서비스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회원이 직접 로그인해서 콘텐츠 보관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게 돼 추억을 기다리는 회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싸이월드 오픈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5월로 예정됐다 한 차례 연기되면서 많은 이들의 애를 태웠던 싸이월드에 다시 접속이 가능해짐에 따라 미니홈피를 보유했던 회원들의 손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티즌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추억 소환 D-○일'식으로 재접속이 가능한 날짜를 세거나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흑역사도 우선 모두 찾아보겠다" "도토리로 좋은 음악 사 놓은 게 많아 다시 들어가야죠" "요즘 페이스북도 재미없고, 인스타(그램)에는 장사하는 사람 많은데 (싸이월드를) 꼭 방문해야죠" 등 기대감을 보였다.


3,200만 명이 즐긴 한국형 SNS 원조

싸이월드 미니홈피. 제철소 제공

싸이월드 미니홈피. 제철소 제공

사람들이 싸이월드 재오픈을 기다리는 이유는 200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1999년 이동형씨 등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창업동아리 '이비즈(EBIZ) 클럽'이 만든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로 주목을 받는다.

이용자들은 본인의 가상 캐릭터인 '미니미'와 가상 공간 '미니룸'을 직접 꾸미고, 미니홈피 방문 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BGM)을 직접 고르는 등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홈페이지를 꾸렸다.

당시 이용자였다면 누구나 미니홈피에서 거래되는 일종의 사이버 화폐였던 '도토리'를, 실제로 돈을 주고 사서 배경음악을 바꾸거나 미니미를 꾸몄던 경험이 있다.

특히 싸이월드는 페이스북(2004년 공식서비스)보다 앞선 SNS 시초격으로, 가까운 친구를 엮어주는 '일촌' 제도, 일촌의 일촌을 통해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파도타기' 방식으로 인간 관계 확장에도 큰 몫을 했다.

이용자들은 좋아하는 이성 친구 미니홈피를 몰래 찾아보고, 또 누가 내 미니홈피에 방문했는지 알고 싶어 궁금해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받고 방문자를 알 수 있는,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을 미니홈피에 설치해 준 사람들이 많았고, 경찰이 이들을 입건하기도 했다.


'싸이질'에 기업·대학 싸이월드 접속 차단

싸이월드 미니미.

싸이월드 미니미.

싸이월드는 승승장구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이후 포털사이트 '네이트' 및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가 연동되면서 싸이월드는 명실상부 '국민 서비스'로 성장했다.

싸이월드는 2004년 하루 평균 도토리 매출이 1억5,000만 원을 기록하며 인터넷에서 배너광고 이외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등 사업성에서도 주목을 받아 그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싸이월드는 연령대를 넘어 '추억의 저장소', '인맥 관리의 보고'로 통했고, 대표 SNS로서 한때 가입자 수가 3,200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싸이월드를 들락날락하며 이용 빈도가 중독 수준에 이르러 일상 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주는 부작용이 나타나 '싸이폐인' '싸이중독' '싸이질'이란 신조어까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업무 중 싸이월드 접속을 차단하거나 사용을 금지했고, 대학들도 교내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한 싸이월드 접속을 차단했다.


모바일 전환 시기 놓치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2011년 해킹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 서대문 미근동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해킹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 서대문 미근동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싸이월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2009년을 기점으로 국내 통신시장도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지만, 싸이월드는 PC 중심의 서비스에만 의존하다 2012년 9월에야 뒤늦게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전환 시기를 놓친 싸이월드는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 등 국내외 모바일SNS 플랫폼에 밀리게 됐고, 그 이후 반전은 없었다.

2011년에는 해킹으로 네이트(3,300만 명)와 싸이월드(2,600만 명) 회원의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되는 대형 사고도 터졌다. 당시 중복 회원을 제외하고도 피해를 입은 사람이 3,500만 명으로, 국내 최대 해킹 사고였다.

잇따른 악재 속에 적자에 허덕이던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14년 종업원인수방식(EBO)을 통해 싸이월드와 갈라섰다.

2000년대 초 싸이월드와 경쟁했던 프리챌의 창업주 전제완씨가 2016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이후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통합된 '싸이홈' 출시, 뉴스 서비스 '큐', 암호화폐 사업 도전, 동영상 중심 SNS로 전환 등 여러 차례 재도약을 모색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다.

경영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한 데다 세금도 체납해 국세청은 지난해 싸이월드를 직권으로 폐업 처리했다.

새 주인 나타난 싸이월드 부활 가능할까

토종 소셜 미디어 싸이월드가 이달 중 베타서비스를 앞두고 '3D 미니룸' 메이킹 영상을 2일 유튜브에서 공개했다. 사진은 싸이월드 3D 미니룸. 연합뉴스

토종 소셜 미디어 싸이월드가 이달 중 베타서비스를 앞두고 '3D 미니룸' 메이킹 영상을 2일 유튜브에서 공개했다. 사진은 싸이월드 3D 미니룸. 연합뉴스

그러나 2월 극적으로 '새 주인'이 나타났다. 인트로메딕과 스카이이앤엠 등 코스닥 상장사 2곳과 투자사 3곳 등 총 5곳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싸이월드제트가 200억 원 상당의 기존 싸이월드 부채는 그대로 두고 서비스만 10억 원을 주고 양수해, 3,200만 회원의 추억이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오래전 추억을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의 묵은 갈증을 해소하는 것과 경쟁력을 갖춰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살아남는 건 별개라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구 과반이 이용하며 쌓인 방대한 자료를 유지·관리하는 비용 대비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싸이월드가 재개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이용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 모델까지 구현해야 부활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해 싸이월드가 공언한 대로 메타버스(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로 확장하면, 이용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수수료를 취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가상공간에서 나의 집에 다른 친구를 초대하는 것과 같은, 과거 이용자들이 즐겼던 상호작용을 어떻게 메타버스 형태로 녹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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