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르면 5일부터 전국 '민생 탐방'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식 입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아직'이었다. 윤 전 총장은 입당보다는 민생 탐방을 통한 국민적 지지를 얻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2일 장모의 실형 선고 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합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또 한 번 '마이웨이'를 택했다. 윤 전 총장이 실기(失期)했는지 아니면 의도대로 정치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야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회동했다. 입당 문제와 관련해 권 의원에게 권한을 위임한 이준석 대표의 의중을 감안하면, 사실상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공식 제안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선택지에는 '조기 입당'은 없다는 것만 재확인했다.
4일 권 의원 등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권 의원은 전날 "빠른 시일 내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함께 정권 교체를 이뤄내는 데 온 힘을 기울여달라"고 입당을 권유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지지해서 승리해야만 진정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입당을 서두르기보다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지지를 먼저 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우리 정치 상황은 프랑스와 달리 제3지대가 없다" "윤 전 총장의 성공을 위해서도 입당이 필요하다" 등 거듭된 설득이 있었으나, 윤 전 총장은 "국민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립과 갈등, 편가르기를 조장해 온 면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만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고한 대로 윤 전 총장은 전국을 돌며 시민, 전문가들을 만나 정권 교체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윤 전 총장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뒤 KAIST에서 원자핵공학과 재학생들과 오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의 거리두기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윤 전 총장이 실기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여론이 '도덕성 검증'을 요구할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무대응 또는 미숙한 대응"이라며 "제1 야당의 조력 없이 윤 전 총장 캠프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생 탐방을 하더라도 여론의 주요 관심사는 처가 의혹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반응일 것"이라며 "당장 입당해서 당에 네거티브 대응을 맡긴 뒤 민생 행보에 전념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4일 발표된 글로벌리서치의 더불어민주당 측의 이재명 지사와의 양자대결 조사(지난달 30일~2일 실시)에선 윤 전 총장은 36.7% 지지율로, 이 지사(44.7%)에 오차범위 밖으로 뒤처졌다.
윤 전 총장이 '홀로서기'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이지만, 엄연한 '정치 신인'인 탓이다. 대선주자로서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지지율 상승세를 탄 국민의힘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정치력을 증명해 보일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야권의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여권의 라이벌인 이 지사 등과 정책과 가치관 면에서 경쟁하면서 실력으로 국민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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