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업계 '고급 생선 판매' 지칭하는 '프라임 데이'
아마존, 돌연 이메일로 "소비자 오해할 것" 주장
요청 철회·사과... "고압적, 역겨웠다" 반감 여전
편집자주
오늘 만난 세계. 지구촌 곳곳 눈에 띄는 화제성 소식들을 전해드립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기업 아마존이 난데없는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소상공인의 광고 문구인 ‘프라임 데이’가 아마존 등록상표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해당 표현을 쓰지 말라고 요청했다가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얼핏 보면 자사 이익 보호에 충실하려 했던 행동일 수 있지만, ‘공룡 기업’이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도외시한 채 독점적 지배력을 악용해 소상공인을 옥죄려 했던 게 본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4일(현지시간) 아마존 측 변호사들이 영국 런던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프라임 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생선가게 주인 로빈 목슨은 지난달 21일쯤 이메일을 받았다며 “(아마존한테서)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해당 표현을) 온라인 매장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유료인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프라임 데이’라는 명칭의 할인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측의 과잉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프라임 데이’는 이미 수백 년 동안 생선 업계에서 사용돼 온 표현이었는데, 아마존 측이 이를 몰랐으면서 섣불리 대응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생선 장수들은 유럽산 넙치인 ‘터봇(turbot)’ 등 고급 어종을 판매할 때 프라임 데이라는 용어를 써서 광고를 해 왔다고 한다. 목슨 역시 이메일을 받은 뒤 아마존 측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프라임 데이는 생선 장수들이 수백 년간 써 왔던 문구라고 반박했다.
아마존 측은 해당 업종에 맥락에서 ‘프라임 데이’라는 용어의 어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일이 실수로 발송되었으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불쾌감은 사그라들지 않은 듯하다. 목슨은 프라임 데이 표현 사용을 막으려 했던 아마존의 시도에 대해 “고압적이고 역겨웠다”고 했다. 5일 공식 퇴임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목슨은 “이 표현(프라임 데이)은 아마도 아마존이 이 나라(영국)에 존재하기 전부터 잘 쓰여 왔다”며 "베이조스가 그의 어머니의 눈에 비치기 전에도 그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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